시 한 편

잔상

by 민창


모두가 불을 끄고 마무리 한 오늘

간신히 비추는 불빛 아래,

의자에 앉아 연필을 잡는다

무엇을 남기고 싶었던 건지


글자 하나하나 각진 네모틀에 쳐 박는다

세상이 담아주지 못하는 내 글

담아주는 종이가 있다는 게

그려주는 연필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 아니겠나


내 안에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을 끄집어

세상을 그리기도

사랑을 그리기도

슬픔을 그리기도


하나하나 세상에 나올 때

고통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

가시를 닮은 네가 나를 안으며

나에게 선물하는 따뜻하며 아픈 선물.


발아래로 추락하는 붉은 눈물

아파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그럼에도 감사한 일 아니겠나.






북촌, 9월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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