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손이 시린 오늘이었다. 분명 일요일까지만 해도 얇은 셔츠 하나만으로 충분했는데, 갑작스럽게 추워진 거 보니 올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요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가에 사람들의 옷의 두께가 달라졌다. 긴 트렌치코트와 목도리, 장갑을 끼고 나온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나무도 가을의 끝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남은 가을보단 겨울이 더 가까워졌을 수도 있기에 이제는 늦가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정동길에 떨어진 은행나뭇잎들이 거리의 색깔을 채운다. 나무가 잡고 있던 나뭇잎을 놓는 걸 보니 겨울을 준비하고 있음이 보인다. 우리가 함께 잡고 있던 손을 놓았던 건 너도 혹시 겨울을 준비하고 있던 건지.
질문이 생긴다. 추우면 더 함께이고 싶고, 온기를 올리고 싶어 잡고 있는 손을 놓기보다는 더 꼭 잡고 싶어 하는 게 마음의 반향이지 않을까. 은행나무가 은행잎을 놓는 건 자연의 이치라면, 너도 네 손을 놓았던 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당연히 올 수밖에 없던 자연의 이치였던 거니.
크게 궁금하지는 않다. 나뭇잎이 자신을 놓은 나무를 미워해도 나뭇잎은 이미 나무 보다 땅과 더 가까운 현실이기에. 만일 우리가 다시 인사하는 날이 찾아온다면 그날의 계절은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없어도 이미 따뜻한 각자의 온기를 유지하고 있을 그런 상황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