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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 옆자리 Mar 25. 2021

6화 다섯 번째 이별

나의 서운함과 너의 서운함

그가 말하는 이별을 들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그간의 이별을 세었다. 삼 년을 만나며 그는 나에게 다섯 번을 헤어지자고 말했다. 애써 이를 생각하지 않고 덮어두었던 것은 다섯 번의 이별 고백을 제외하면 그와 너무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이별들을 마주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첫 이별 통보는 그의 건망증이 원인이었다. 그는 나와의 약속과 기념일을 종종 잊곤 했다.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고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기도 했고, 100일 카드를 나와 만난 식사 자리에서 작성하는 그를 보며 그냥 웃기도 했다. 그래도 준비해온 것이 고마워서. 두 번째는 꾸준히도 연락이 되지 않는 네가 미웠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트를 하고 크리스마스에 연락이 안 되는 그가 너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 번째는 데이트가 많아서 그가 힘들다고, 자기는 이런 관계가 힘들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여행이었다. 연차 문제로 내가 그와 가기로 했던 해외여행에 못 갈 것 같다 말하자 그렇다면 친구와 가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기다렸다가 나와 함께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자신을 구속 한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앞선 네 번의 이별은 나의 서운함이 원인이었다. 그는 서운함을 표현하는 나에게 그렇다면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이별에서 그의 마음을 돌린 건 나의 편지였다. 나는 나의 서운함을 차분하게 글로 표현했고 그는 글을 천천히 읽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였다. 상처 없는 연애란 드라마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관계는 희생을 동반한다. 정말로 완벽하게 아무런 갈등 없이 마주치는 사이란 불가능이다. 혹은 부딪칠 만큼 아직 가까워지지 못했거나. 그것을 외면한다면 연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사랑은 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그와 마찰이 생기는 것보다 갈등을 극복했다는 것에 더 집중했다. 나는 그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슬퍼하기보다, 우리는 맞지 않는 부분도 조율이 가능한 사이라고 웃었다.


그러나 다섯 번째 이별은 내가 아닌 그의 서운함이 원인이었다. 우리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혔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그의 집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결혼을 말렸었다. 친구들의 반대에도 나는 그 모든 장애물들을 감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나는 솔직히 많이 지쳤었다. 그는 결혼이란 단어만 이야기할 뿐, 우리의 월급과 지출을 통해 결혼 후 가계부를 미리 짜보고, 식장을 알아보고, 신혼집을 구상하는 건 나였으니. 그래서 나는 그와 싸운 그 날, 그와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고 짜증을 냈다. 그는 며칠 뒤에 나에게 일주일간 시간을 가지자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그는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헤어지냐는 그 삼류드라마 대사 같은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그 역시 이별을 말했지만 날 쉽게 놓지 못했다. 나는 그를 달래고, 빌고, 설득해 두 달 동안 붙잡았다. 그 두 달 동안 그는 우리가 연애를 하는 것도, 헤어진 것도 아닌 이상한 상태라며 나에게 세 번을 더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를 달래고, 빌고, 설득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나의 마음은 들소 떼가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정말 그의 말대로 우리 관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무엇일까. 관계란 서로가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어쩌면 나 혼자 삼 년 전에 헤어졌어야 하는 사람을 다섯 번이나 붙잡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고민 끝에 한 가지 도박을 하기로 했다. 그가 나를 잡지 않는 것은 내가 그를 너무 세게 잡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내가 그를 놓아야지 그가 나를 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놓았을 때 그가 과연 나를 잡을 것인가 불안감도 있었다. 나는 자꾸 나에게 칭얼거리는 불안감을 애써 달랬다. 만약 그가 나를 잡지 않는다면 그 때는 나 또한 이 사이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믿음을 가지자고. 나의 지난 삼 년은 누구보다 뜨겁고 무엇보다 진실 되었으니. 나는 그 삼 년 동안의 결실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결국 이어질 사람이다. 너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그저 네가 돌아오는 그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그 동안 내가 너무 힘들지 않길 바라며 나는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을 놓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d9-XEO3vOUs

그 남자를 생각하며 만든 세번째 곡, 바램


https://youtu.be/LdAiX16UH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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