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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Jun 28. 2018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쁜 옷을 입고,

그 날따라 유난히 화장이 잘 먹어 온갖 귀척 예쁜 척 셀카를 찍고 만족할만한 결과물 하나를 (겨우)

건지며, '아직 나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아침에 일어나 눈곱이 잔뜩 낀 채로 거울을 보면,

미간 사이의 주름과 눈가의 주름이 어제보다 더욱 선명해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하아,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서른의 여자 사람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서른의 김삼순은 노처녀로 불렸는데.


지금 내가 그 나이라니.

'나 아직 어려!'라고 발악(?) 하기엔, 나도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상해 신천지'라는 힙하디 힙한 곳에 살면서도,

집 앞에 모든 핫한 클럽이 걸을 수 있는 거리에 있음에도 시큰둥 해졌으며, 딱 봐도 파릇파릇한 언니들이 조그마한 천 쪼가리만 걸치고 핼러윈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서성이고 있는 것을 보는데 '아이고, 춥겠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후드 점퍼를 단디 여미며 캔맥주와 나쵸가 담긴 봉지를 딸랑거리며 그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그때 나는 인정하기로 하였다.


나는 이제 저들을 따라갈 수 없음을.

저들의 미모,

저들의 체력,

저들의 열정,

저들의 생기를.








사실 젊음을 놓아주는 연습을 언제부터인가부터 하게 되었는데,


예뻐지기보단, 아름다워지기로 결심하였고

아는 게 많은 것보다는, 성숙하고 지혜롭기를 바라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온전한 사람으로 되길 바라게 되었다.






젊음이란,

열정이란,

감정이란,


어차피 뜨거운 것이고 그것은 지나가는 '순간' 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할 거야.'라는 감정은, 헤어지고 나면 어떻게든 바래지고 무뎌지게 되며,

어릴 때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던 '필' 도, 지나 놓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더 많았으며, '사랑'이라는 달콤한 감정보다, 그 뒤에 숨겨진 헌신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도. 어른들이 '콩깍지 끼었을 때 빨리 시집가야 해.'라는 말이 너무나 수긍이 된다는 것도.


그렇게 모두 나이가 들며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결혼이란,


상대의 지질함을 극복해 나가는 현실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소파 위에 가만히 누워 과자 부스러기를 잔뜩 쏟아부으며 먹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도, 소파 위에 뒤집어진 양말을 발굴해 내면서도, 갓 만든 반찬을 침 바른 젓가락으로 내내 휘적이며 먹는 버릇을 알면서도, 변기 뚜껑에 잔뜩 묻은 오줌 자국을 말없이 닦아내면서도, 다음 날 아침에서야 냉장고 문이 밤새 열려 있었음을 발견하면서도, 오늘은 네가 아이를 맡아주니 많이 싸우면서도, 모처럼의 휴일에 오후 늦게까지 잠만 처자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이의 학교 상담에 홀로 가야 할 때도,








그 모든 순간이 짜증이 나도,

끝까지 사랑을 '선택'하며, 그의 부족한 옆을 채워주겠다는 결심이 결혼이 아닐까.



그래,


나는 이제 뜨거운 사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것이 슬프지 않다.







나는 나의 순간적인 감정을 믿지 않고 조심하며,

화가 나고 싸우는 그 순간에도 이 사람을 끝까지 놓지 않으며,

그렇게 잠잠하게 같이 늙어가는 선택을 매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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