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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영 Feb 02. 2020

왜 하필 그 세계가 지금 내게 와서 닿았을까..

나를 반성하게 하는 일상의 작은 충격들

왜 하필 그 세계가 지금 내게 와서 닿았을까..


최소 마흔까지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살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던 몇 년 전의 나.. 

난 결국 마흔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 더 이상의 자기 위로나 변명도 뭔가 머쓱해지는 벼랑의 끝..

그 와중에 여전히 솔로라는 더욱 뼈아프고 비참한 현실..


가끔 사랑으로 발아할 가능성을 품은 인연의 씨앗들이 툭툭 나를 건드리며 다가온다.

"무슨 일 하는 분이세요?"

"프리로 소소하게 글을 써요.."


이런 순간에 매번 정확하게 느끼곤 한다. 난 내가 가려는 길을 의심하고 있구나.. 불안해하고 있구나..


대답을 듣는 상대의 표정을 쫒아 그 꼬리까지 살피는 이유는

내 벌이가 그들의 수입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적기 때문일 것이다.

자존심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그 견디기 힘든 멋쩍음 속에 생각한다.

결국 나도 철저한 자본주의 질서를 따르는구나.. 내 꿈을 의심하고 있구나..

만남의 뒷맛은 늘 그렇게 씁쓸했다. 내가 부족한 그 이유 때문에..


"이제라도 다시 직장에 들어가는 건 어때? 그 사람들이라고 꿈이 없었겠어? 현실이 다 그런 거지.."

상대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는 그 몇 분 동안 가슴이 옥죄여 왔다.

수화기 너머로도 상대에게 그 냉기가 전해졌는지 그는 일순간 얼마간의 침묵을 유지했다.


나에게 이렇게 불쑥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사람, 그가 한 백 번째쯤 되려나..

"저는 꿈이 있어요" 당당하게 말하던 초반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런 생활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런 말들에 점점 더 날카롭게 반응하는 못난 내가 있을 뿐이었다.


'예의가 없네, 지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상해버린 감정들이 마음 여기저기를 할퀴고 다닐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왜 하필 그 세계가 지금 내게 와서 닿았을까..

내가 가려는 길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을 때 난 정말 그의 응원에 힘입어 최선을 다했었던가..


자신 있게 그렇다는 대답을 스스로에게 할 수 없었다.

현실을 핑계 대고 건강을 핑계 대고 그러는 사이 내 꿈은 조금씩 형체를 잃고 작아져갔다.

나를 응원하는 고마운 상대에게 창작의 고통을 볼모 삼아 핑계의 구실을 얻어내면서 그렇게 구차하게 내 꿈을 무시한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그런 내게 왜 하필 지금 그 현실적인 세계가 와서 닿은 것인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 때문에 내 안으로 꽁꽁 숨어 살던 나는 나만의 동굴 안에서 철저한 관찰자가 되어 한동안 세상을 바라본 일이 있다.

살아가는 그 자체가 고통인데 왜 이렇게 좁은 세상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지 한동안 알 수 없던 시간들이 지나자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고 상처를 주고.. 그렇게 불완전한 존재들이라서 더 배우고 오라고.. 더 깨닫고 오라고.. 우리는 그렇게도 치열하게 살아가는구나..

작은 인연 하나도 '그냥'인 것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단순한 조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질서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꿈 조각을 부여잡고 쩔쩔매는 내 앞에

왜 하필 그 세계가 와 닿은 것인가..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몇 개월 동안 멈춰있던 내 감성에 불을 붙이고 모니터의 하얀 창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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