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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라이트 Feb 26. 2024

#9. 픽사의 일하는 방식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랑 닮았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픽사 직원의 닮은 점 찾아보기


지난 번 글​에서 DVD 플레이어 구매한 이야기를 했었다.

정말 많이 빌려봤다!


집에서 가까운 문래 도서관에서 월E DVD를 빌려봤다. 다양한 픽사의 이야기 중에서 영상미와 미장센이 뛰어나서 더 좋아하는 작품인 Wall-E.



어떻게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을지 제작 과정이 궁금했는데 서플먼트에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 과정(아쉽게도 유튜브에는 찾아볼 수 없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팀원들의 인터뷰에서도 인사이트를 많이 받았다.



픽사는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라서 일하는 방식이 닮았을까?

일하는 문화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일하는 방식이 비슷했다.

이번 월사단 글은 인사이트가 있었던 4가지의 주제로 묶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1. 첫 이야기는 좋지 못하다


엘리멘탈 감독인 피터가 픽사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다. 첫 번째 만든 이야기는 무조건 승인받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보통 별로인 경우가 많고, 그 이후에 개선되는 이야기가 더 좋다고.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첫 번째 만든 이야기는 PMF를 찾기 위한 과정과 같았다. 이건 제품을 만드는 MVP 단위가 아니라 시장에서 어떤 기능이 반응할지는 테스트하는 과정과 비슷했다.


감이 좋다면 소재는 금방 찾기 쉽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건 별개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엘리멘탈의 피터 감독님도 소재는 고등학교 때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만들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으니까.




2. 관찰, 관찰 그리고 관찰


픽사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정말 자연스럽게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다고 느낀 이유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관찰하고 또 관찰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 때는 물에서의 움직임 그리고 빛 등의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항을 매일 관찰했다고 했다.


월-E는 미래의 지구를 표현하기 위해서 먼지가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모습, 빛의 표현 등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관찰했다.



엘리멘탈에서도 물과 불이 만나는 이야기인데, 정말 물과 불이 맞닿았을 때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현실의 모습을 관찰하고 상상력이 더해져서 그림으로 탄생했다.



3. 각 팀별로 DLI를 가지고 만들기


원래는 월 E 우주선 내부에 있는 직원은 젤라틴 형태로 생긴 외계인 캐릭터였다.


마치 웨이보같이 생겼었는데, 담당하던 팀은 탱글탱글한 움직임과 형태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매일 관찰하고 그래픽으로도 만들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찾는 등의 탐구 생활과 같았다. 하지만 임팩트가 떨어져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주선 내부로 월E가 들어갔을 때 EVO가 많은 걸 보고 놀라는 게 더 임팩트 있다고 생각하면서 폐기되었다.

지금까지의 들인 시간과 리소스가 무용지물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그럴까?


해당 팀원을 인터뷰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았고, 새로운 형태의 움직임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결과로 사용하지 않아서 포트폴리오에도 못 쓸 텐데 좋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최종 개봉하는 월 E의 이야기에 담기지 않았다면 실패했다고 우리는 결과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만 제작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작업한다면 더 많은 부분을 배웠을 거다.


픽사에는 이렇게 성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이 팀은 나중에 소울, 엘리멘탈의 웨이보와 같은 젤라틴의 형태를 표현하는데 남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기준’을 달리 보면 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실패가 맞지만, 내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많은 과정 속에서 배운 게 분명하리라.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다 만든 기능이 결국 배포하지 않아서 포폴에 써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었다.

배포하진 않았지만 고민하고 솔루션을 만든 과정은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한 부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면 넣는 게 좋다고 했었다.





4. 관객을 속이는 솔루션


관찰을 했다면 이제 실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에 무슨 솔루션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건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가상의 이미지를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관객들을 진짜처럼 ’믿게‘ 만들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색이 변형된다


월E의 배경인 황량하고 아무것도 없는 지구의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까.

2009년에 나온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을 만들 때도 같은 고민이었다고 한다.

미래 도시의 분위기를 위해 코닥 필름에 연락해서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구해서 촬영했다고 했다.




실사 영화 이렇게 해결했지만 픽사는 어떻게 했을까?

월-E는 완벽한 가상현실이 아니라 실제 우리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컴퓨터에서 만드는 현실은 완벽하게 만들 수 있었다.

즉, 렌즈의 왜곡도 없으며, 초점이 안 맞는 경우도 없다. 모든 게 완벽했다.


오히려 완벽함이 이질적이란 생각해서 월-E팀은 다르게 제작했다.

실제 촬영 감독을 초청해서 세미나를 하면서 “렌즈“와 ”카메라“의 메커니즘 특성을 배웠다.

그리고 컴퓨터가 아닌 현실에서 월 E와 EVO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제 “영화용 카메라”로 촬영도 했다.

다시 월 E를 보면 알겠지만 2.35:1의 아니모픽 렌즈 비율로 실사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렌즈의 왜곡이나 초점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 등의 “사람“이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을 전달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디자인 논문을 읽은 게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완벽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하지 않은 게 더 편하다.


픽사의 이야기 만드는 방식은 익히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하나의 작품을 조금 더 깊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더 재미있게 보았다.

이렇게 알고 영화를 보니 다르게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도 앱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데 보이지 않는 노력과 많은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사용자가 휴대폰으로 볼 땐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화면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참 우리가 하는 일은 닮아 있다는 생각하면서 오늘의 월사단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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