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은 May 08. 2019

세미나 덕에 찾은 맨체스터, BBC

데이터 저널리스트란 무엇인가...

@ Manchester BBC 

이스터 방학 동안 18일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카디프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일주일간은 과제 마감이 두 개나 임박해서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이번 방학 기간 정말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건, 

매일 여행하고 트레킹하는 와중에 거의 빼먹지 않고 한두시간씩 꼭 시간을 내서 과제를 했다는 점이다.

몇번이고 그냥 대충 카디프 돌아가서 급하게 마무리한 다음 '패스'하는 데 의의를 둘까 고민했지만,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수준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ㅎㅎ).


과제 마감을 앞두고 미리 신청해 둔 맨체스터 데이터 저널리즘 세미나가 있어서 오고가는 기차 안에서 또 폭풍 작업을 했다. 일하면서도 마감 닥치면 지하철이든, 기차든, 길바닥에 앉아서든 기사써본 경험이 많아서 이 정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맨체스터는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못가본 도시인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ㅎ

이번 데이터 저널리즘 세미나는 영국 현직 데이터 저널리스트와 데이터 저널리즘 관련 석사 과정을 공부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소규모 행사였다. BBC, The Economics, The Telegraph, The Guardian, 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 등 영국 유력 미디어 데이터팀장들이 모두 참석했고 Google News Initiative 에서도 참여했다. 우리 일행은 맨체스터가 고향인 우리과 교수와 나 포함 학생 세 명이었다.


짝꿍과 하루 일찍 도착해 둘러본 맨체스터는 카디프보다 2-3배는 커 보이는 도시였다. 산업혁명이 태동한 곳이고, 여기 사람들은 스스로를 Mancunian이라 부를 정도로 독특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최근 다시 기업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생기 넘치는 도시라는 것 정도 외엔 아는 바가 없었던 곳이다.


@ Canal street, Manchester

LGBT Foundation을 중심에 둔 게이 빌리지가 피카딜리역 가까이에 있는 걸 보아하니 사회문화적으로 꽤 수준 있는 도시인 것 같다(성적 소수자가 살기 좋은 도시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 예술이 융성한 곳이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축구에 별 관심 없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명문 구단도 갖고 있고(ㅎㅎ). 


런던에 밀집돼 있던 BBC가 드라마 부문은 웨일즈로, 뉴스 부문은 맨체스터로 많이 옮겨와서 맨체스터엔 미디어 시티가 있고 이곳에 주요 언론사들이 몰려있다. 기자를 꿈꾸는 영국 친구들은 가디언에서 일하는 게 꿈인 아이들이 많다. 가디언지가 갖고 있는 명성과 신뢰는 BBC를 능가하는 것 같다. 브렉시트 사태 이후 언론에 관심을 가지고 괜찮은 언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던 가디언지 구독자가 크게 늘고, 많은 펀딩이 모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디언지의 데이터 저널리스트들을 필두로 여러 언론사들이 한 해간 진행한 데이터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전했다. 같은 분야에 있는 언론인들이 모여 정보와 기술을 교환하고 협업을 시도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 Data Journalism

데이터 저널리즘의 선두주자는 미국, 영국이다. 규모로 따지면 미국은 '넘사벽'이고, 영국은 그나마 한국과 규모나 언론 분포, 기자 채용, 운영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영국에도 가짜뉴스가 넘치고, 편향된 보도가 판을 치지만, 그래도 한국보단 선진적인 언론사 운영 구조와 문화를 갖고 있다(옆에서 보기에 그렇다).


한국에선 기자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도 보고 배울 롤모델이 별로 없었다. 훌륭한 언론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내가 앞으로 5년, 10년 더 일하면 저렇게 되겠구나, 하면서 따르고 싶은 선배가 없었다. 오히려 이대로 계속 일하다가는 저렇게 되겠구나 싶어서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었다. 


데이터 저널리즘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떤 선배는 "돈 안되는 공부"라고 일갈했지만, 나는 내가 기자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와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을 찾고 싶었다. 그게 없다고 생각되면, 미련없이 그만두겠다는 각오도 있었다. 글로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이 없으면 기자는 사실,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Data Journalism

암튼, 이번 세미나에서, 매일 속보와 받아쓰기나 다름없는 단발성 기사를 쏟아내고 광고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괜찮은 기사를 써보려고 데이터 분석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기자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데이터 저널리스트란 무엇인가...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처음 기자가 되고 싶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정말 기자를 계속해도 괜찮은 사람인지, 계속할 의지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게 됐다. 






















작가의 이전글 다이어트 중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