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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Jan 28. 2024

방비엥에서 비엔티안으로

3부자 배낭여행-27일 차

3 부자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나의 화가 풀리지 않아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이끌지 않으니 아이들도 그냥 무기력하게 방에서 카드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울 보내고 있다. 일단 조식을 먹고 예약한 비엔티안 미니밴 출발까지 3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동네 구경이나 할 겸 운동화 신고 같이 가자고 하니 안 간단다. 그럼 뭐 나 혼자 가야지. 달린 지도 오래되고 해서 달리기 복장을 하고 아이들에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지 하고 짐 싸놓으라고 시킨 후 다릴만한 곳으로 지도상애서 파악한 강 건너편으로 갔다. 다리는 15년 전이나 비슷한 상태였다.

중간 중간 부서진 부분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강 건너편까지는 몸풀기로 걸으며 동네를 구경했다. 많이 바뀐 것도 그대로인 것도 섞여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과 달리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서 달리기 좋았다. 주변의 석회암 산과 붉은 테라로사를 밟아가며 천천히 달렸다. 어제저녁 2024년 목표를 하프코스 완주로 잡은 친구 녀석이 15km를 뛴 기록을 보내왔지만, 나는 자극받지 않고 3km를 뛰는 것에 만족했다. 10시쯤 되니 여행객을 태운 트럭과 버기 카와 오토바이의 대수가 늘어나며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방비엥 달리기는 9시 이전에 마치는 걸 추천한다. 돌아올 때는 주변 풍광을 구경하며 걸었다. 무언가를 말리는 주민들, 새총으로 쥐와 다람쥐를 잡아 위풍당당하게 집으로 향하는 자전거 탄 어린이, 닭과 어린 뱀의 싸움 등 짧은 시간에 많은 모습을 나에게 선사했다.

쥐와 다람쥐를 잡고 위풍 등당하게 집으로 향하는 개선장군 아이

이 와중에도 아이들로부터 게임을 시켜달라는 문자가 쇄도했다. 여행 없이는 게임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가?


                       No journey, No game!!


쇄도하는 문자를 자연스럽게 즈려밟고 숙소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과일 주스와 방비엥 샌드위치를 구매하여 11:50 비엔티안행 미니버스에 탑승했다. 이로써 아이들은 방비엥에서 숙소와 숙소 앞 식당만 둘러보고 떠나는 것이다. 여행이 즐거운 추억이 있으면 지랄 같은 기억도 있는 것이니 이 역시 괜찮은 것이라 생각한다.

방비엥 샌드위치 거리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 2개 구매

12:00 출발 비엔티안 미니버스가 도착했다. 이곳 미니버스는 대부분 도요타더군. 운전석 뒷자리에 세 명이 나란히 앉았다. 벌써 우리 뒤에는 중년의 여행객 3명이 타고 있었다. 한 숙소를 더 들러 두 명을 더 태워 8명이 비엔티안으로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탔으니 1시간 30분이면 도착을 하는데, 비엔티안에 다 도착해서 굳이 휴게소에 들러 15분을 줘 슈퍼에서 음료 하나씩을 사 먹었다. 이곳 까지 오면서 카드게임을 했고 쌓인 갈등은 풀렸다. 갈등은 실제로 나만 풀리지 않은 거였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가 화날 만큼 짜증 냈다가 빨리 풀리니.

미니밴은 우리를 여행자 거리 근처에 내려 놓았다. 걷자!

미니밴에서 내렸는데 숙소까지 1.5km다. 차를 타기에도 애매하고 막상 기사들과 흥정할 여력도 없어 깔끔하게 걷기로 하고 쉬엄쉬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 수영을 하고 나는 또 오토바이를 빌리러 나갔다. 미니밴 내린 곳까지 걸어 오토바이를 빌리고 혼자 비엔티안을 잠시 둘러보았다. 10년 만에 나처럼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을 태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예전엔 신닷이라 불렸던 고가를 구워 먹는 시스템인데 구글 지도를 켜고 뒷자리 첫째에게 안내를 맡기며 이동했다. 태국은 오토바이에 거치대가 다 있었는데, 라오스는 거치대가 없어 불편하다. 도착한 식당은 야외였는데 마치 옥토버 페스트 장소만큼 넓고 자리도 많았다. 이곳은 무제한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일단 야무지게 먹을 것을 다짐하며 음식을 시켰다.

고기 상태는 뭐 먹울 만한 수준이다. 양념은 땅콩소스 비슷하다.

고기를 구워서 3번을 먹었다. 다들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해서 4번은 포기하고 근처 야시장으로 향했다. 다른 야시장과는 달리 주로 현지인 대상으로 의류나 휴대폰 용품을 많이 팔고 있었고, 먹을거리는 블록 끝에 한 두 가게가 있는 정도였다. 과감하게 라오스 여행 기념으로 티셔츠 하나씩 구매했다. 시간이 아까워 깎는 것도 포기하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고 야간 빠뚜싸이를 보기 위해 오토바이를 달렸다.

조명이 많아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다.

야간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주간에는 입장료 내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내일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여하튼 다시 화해가 이루어졌으니 남은 일정을 무사히 잘 보내자는 다짐을 한다. 잘하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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