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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Jan 31. 2024

하노이 뚜벅이

3 부자 배낭여행-30일차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이 마지막 일정이다 보니 실제 해외에서의 배낭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숙소도 체크아웃해야 하고, 비행기는 다음날 00:20이니 일찍 간다고 해도 하노이 시내에서 19:00에 출발한다고 했을 때 체크아웃 12:00 이후 7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일단 하노이 까지 왔으니 나의 버킷 리스트의 하나인 사회주의 미라 관람 미션을 위해 아침 일찍 조식도 포기하고 08:00-10:00까지 방문 가능하다는 호찌민 영묘로 향했다. 숙소에서 거리가 2km 이상이라 택시를 불러 07:50에 도착했다. 정확한 입구를 몰라 백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가는 곳을 따라 들어가 짐검사를 하고 영묘 앞으로 이동해 입장을 기다렸다. 08:00 입장이라 알고 왔지만, 08:30이 지나도 입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리둥절했지만 베트남에 와선 베트남 법을 따르고, 언어를 모르면 묻지도 못하니 그냥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열받으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묻고 따지고 하자. 다른 관광객들도 조용히 기다림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호찌민 영묘 관람을 기다리는 관광객과 아들

08:40이 되자 입장이 시작되었다. 광장 쪽이 아닌 반대편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앞으로 뒤로 똑같은 숫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삼엄한 경비 아래 일렬로 줄지어 관람이 시작되었다. 유리관에 고이 누운 호찌민을 보는 것은 1분이 채 안되어 끝이 났지만,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에 살아 숨 쉬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1분이면 충분하고도 충분했다.

호찌민 영묘 & 호ㅉ민 박물관 안 초등학생 단체활동

호찌민 영묘는 초등학생들의 단체 방문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회주의의 우상화 정책이든 뭐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 어느 나라를 가든 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저 스쳐가는 여행자로 남고 싶다. 애들 하나 건사 못하는 내가 뭔 남의 나라에 배 놔라 감 놔라 하겠나? 호찌민 영묘 방문을 마치고 호찌민 박물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입장료를 받지 않아 들어가 봤지만 크게 볼 것은 없다.

기찻길 카페 & 한 기둥 사원

호찌민 박물관 옆 한 기둥 사원을 스쳐가며 사진으로 남기고 기찻길 카페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하노이든 호찌민이든 길 건너기 참 어렵다. 하지만 호찌민 호띠기 시장 사건 이후 30분간 열개가 넘는 대로를 건너는 실력을 습득해서 사뿐히 기찻길 카페에 도착했다. 지키는 공안은 없고 삐끼 아줌마의 안내로 그녀의 카페로 갔다. 음료고 뭐고 그냥 두 배다. 인터넷에 찾아보고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길 바란다. 기차를 보려면 체크 아웃 시간과 겹쳐 빨리 음료와 모닝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여행 전 수없이 찍어둔 식당 중 하나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하여 그 목적지로 발길을 옮겼다.

분짜와 넵으로 브런치

구글 평점을 보고 찾아간 곳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아침 장사와 잠심 사이라서 식당은 한가했고, 점심 배달을 준비하는 포장과 고기를 굽는 손갈만이 분주하게 보이고 있었다. 쌀국수는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분짜는 웬만한 아이들도 다 좋아하는 단짠의 맛이라 3 부자가 모두 맛있게 먹었다. 주문할 때 넴(짜조)를 몇 개 시킬까 묻는 말이었는데, 3개를 시키는 바람에 분짜 3개와 넴3개가 푸짐하게 나왔다. 이걸 어째 다 먹을까 하는 기우는 3 부자의 맛난 식사로 사라졌다. 3 부자가 모든 음식을 다 함께 먹어치운 첫끼로 기록할 만했다.

벽화거리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나선다. 12:00이다. 짐을 찾으러 돌아오는 19:00까지 버텨야 한다. 돈이 많이 들 거 같아 일단 돈을 좀 찾았다.

손 관리

처음으로 들른 곳은 모닝커피를 한 잔 하면서 바라보며 찾은 매니큐어 집이다. 남자들이라 매니큐어는 필요 없고 손톱 손질과 관리만 부탁했다. 인당 100,000동으로 우리 돈 5,500원에 손질을 받았다. 아이들은 금세 끝나고 나까지 받는데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린 시간을 때워야 한단 말이다.

성 요셉 성당

생각보다 빨리 끝난 손톱 손질을 뒤로하고 성 요셉 성당으로 향했다. 동남아 여행에선 한 번씩 찾는 성당이나 힌두교 사원이 더 특별한 존재다. 아이들도 더 이상 사원을 보고 싶지 않다고 여행 후 매일 남기는 밴드의 일기에도 쓰곤 했으니 말이다. 성당을 둘러보고 간단하게 점심과 저녁 사이의 음식을 반미로 먹고 여행자 거리와 떨어진 마사지 숍으로 향한다. 여행자 거리에선 1시간에 350,000동 하는 마사지가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면 250,000동으로 바뀐다. 1km를 걸어 아이들은 발 마사지를, 나는 얼굴 마사지를 하누시간 받기로 했다. 셋이서 누워 비엔티안의 108배와 닌빈의 무아동굴 등산의 피로를 씻는다. 나는 한 달간 고생한 피부에게 발마사지를 양보했다.

반미 점저 & 호안끼엠 호수
발마사지

발마사지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유튜브를 하누시간 풀어줘 그들에겐 꿈과 같은 시간을 부여했다. 나는 얼굴 마사지를 받으면서 발 마사지를 같이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맘을 돌리고 편하게 누워 얼굴 마사지에 집중했다. 마친 시간이 17:20인데, 첫째가 호안끼엠 호수에서 발견된 자라 박제가 있는 사원을 가보고 싶어 한다. 하누달 동안의 여행동안 스스로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없었는데 걸어가기엔 2.2km로 시간이 안 될 거 같아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호안끼엠 호수 가운데 위치한 사원에 입장료 50,000동을 내고 입장했다. 본인이 원하는 곳이라 알아서 찾아 잘 다니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사원으로 가는 다리위에서 & 거북 목을 하고 한 컷

사원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는 시클로 탑승을 하기 위해 사원 앞 시클로 기사와 흥정을 한다. 구글링으로 영어로 검색하니 한 시간에 100,000-150,000동으로 나오길래 30분에 얼마냐고 물으니 150,000동을 부른다. 100,000동을 마지노 선으로 협상을 하는데 두 명의 시클로 기사가 겹쳐 서로 흥정을 이어가다 한 사람이 100,000동을 콜 해서 타기로 했는데, 한 사람이 120,000동으로 계속 따라붙는 사이 둘째가 100,000동 시클로에 타고 왜 안타냐고 울고 있어 그리로 탔다. 셋이서 타고 가는데 120,000동 시클로 기사가 붙어 자기 걸 타라고 하고, 먼저탄 기사도 한 명은 저라로 타라고 하고~. 하~~ 이런 짜증 나는 상황이 도를 넘어 애들에게 내리라고 하고 빠져나왔다. 애들에겐 그래도 타 봤으니 됐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계속 따라붙어 빨리 장소를 피해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10원 빵 하나씩 먹으며 짜증을 달랬다.

1,800원 십원 빵이면 경주보다 조금 싼 편이다.

시클로 사건을 겪고 나니 시간이 얼추 맞아 들어간다.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가서 맡겨놓은 짐을 찾아 버스를 타러 갔다.  공항에서 올 땐, 늦어서 택시를 타고 왔으니 갈 땐 시간도 보낼 겸 공항 가는 버스를 인당 45,000동으로 타고 이동했다.

하노이 시내 출발 공항 버스 시간표와 버스 안에서

50분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00:20 출발에서 00:40으로 늦춰졌다고 친절하게 문자까지 왔다. 마지막 아이들 선물로 라운지 사용권을 미리 끊었다. 나는 무료 사용 카드가 있어 출발까지 편안하게 감과 동시에 유종의 미를 장식하려고 준비 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둘이 또 싸우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라운지에 들어왔는데도 따로 앉아 짜증에 짜증을 내고 나도 불쑥 화가 났지만, 부처의 마음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애들은 뿔뿔이 흩어져 한 놈씩 옆에 앉았다가 사라지고 없다. 라운지 안에는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내버려 둔다. 이제 슬슬 라운지를 둘러보며 애들을 찾아 떠나야겠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세팅하는 마지막 3 부자 여행이 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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