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배낭여행 다시 쓰기-푸껫
1일 차 - 불운의 클라이맥스
페낭 공항에서 이륙할 시간인 21:45 분이 돼서야 겨우 게이트가 열렸다. 더불어 짜증의 문도 함께 열렸다. 탑승하는데만 20분. 22:00을 넘겨 탐승이 완료되었고 22:30이 되어서야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이때부터 계산을 시작했다. 태국이 한 시간 느리니 태국 시간 22:30에 도착해서, 입국수속하면 23:00, 택시를 앱으로 불러 가면 24:00 이전엔 도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푸껫에 착륙한 시간은 22:40이었고 비행기문은 또 바로 열리지 않고 대기 중이었다. 뒤쪽에 앉아 비행기에서 내리니 입국 수속도 늦어졌다. 밤늦은 시간이라 수속하는 직원들도 많지 않아 속도도 더디기만 했다. 다행히 수화물로 붙인 짐이 없어 공항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인드라이브라는 앱으로 배차를 하고 공항밖에서 10분 후 탑승했다. 이때 시간이 23:40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뭐 숙소에 약속한 23:30 보다는 늦게 도착하겠지만, 이 정도면 불행 중 다행으로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밤이라 차가 없어 1시간 걸리는 거리를 50분 만에 도착하고 기사와 인사를 나눈 뒤 숙소에 내렸다. 이때 시간이 24:30분이었다.
기사에게 현금을 지불하고 체크인을 하러 문을 열었는데, 리셉션의 불은 꺼져있고 문은 굳건히 잠겨 있었으며, 체크인을 도와줄 스태프는 보이지 않았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은 없었다. 아고다 앱 숙소 문자도 23:30에 체크인이 가능하단 글이 마지막이었다. 좌절감에 머리가 하얘졌다. 외출을 나갔던 숙박하는 청년이 숙소로 들어 가려하길래 따라 들어갈까 했는데, 그도 문을 여는 카드키를 놔두고 왔다. 그 남자도 못 들어가게 되어 스태프에게 전화를 했다. 됐다 이제 체크인을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도 잠시. 직원이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이었다. 입에서 욕이 나왔다. 계속 초인종을 누르니 안 쪽에서 사람이 나왔다.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잠시 초인 종소리에 깬 1층 숙박자였다. 카드키를 못 챙긴 남자는 자기 방으로 가고, 자다 깬 1층 남자도 자기 방으로 가고, 우리들만 리셉션에 남겨지게 되었다. 이제 방법은 두 가지!! 리셉션 소파에서 자거나, 다룬 숙소를 알아보거니 둘 중 하나였는데, 다른 숙소로 이동하기도, 숙소가 있다는 확신도 없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배낭여행 최악의 하루 중에서 피크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다.
페낭에서 이어진 불행 중 네 번째 불행이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이었다. 혼자면 소파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체크인할 텐데, 초등학교 아이들 둘을 소파에서 재울 순 없었다.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상황이 몰고 오는 짜증이 겹쳐 무모함으로 변했고, 나는 무작정 리셉션 안으로 점프해 들어갔다. 한참 서류를 뒤지자 위쪽에 내 이름의 서류가 보였다. 303호라 적혀있어 큰 아이에게 문이 열렸는지 올라가 보라고 하고 계속 찾아보니 뒤쪽에 번호가 적힌 서랍이 있었다. 1번에 보니 101호 키가 보였고, 3번을 여니 303호 열쇠 뭉치가 있었다. 전 인생을 통틀어 가장 희열을 느낀 보물 찾기라고 할 수 있다. 키를 들고 가방을 챙겨 아이들이 내려오기 전에 올라가 문을 여니 문이 열렸다. 아~~ 안도의 한숨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가방을 풀고, 애들 양치를 시키고, 방전된 아이들 휴대폰을 충전하고, 마르지 않은 옷들을 널고 이렇게 불법으로 숙소에 침입하여 피곤한 몸을 뉘었다. 맥주가 간절하였으나, 태국은 00:00이 지나면 술을 팔지 않는다. 냉장고에도 세팅된 맥주가 없어 챙겨 온 건강 보조제나 먹고 이 역사적 사실을 글로 남기기로 하였다. 배낭여행 10일 차, 여행의 1/3을 거쳐오면서 가장 힘든 날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잠을 청했다.
2일 차 - 산호섬 투어와 둘째의 생일
어제 숙소 안내데스크에 직원이 퇴근하여 불법으로 안내 데스크를 뒤져 숙박을 하고, 오늘은 미리 페낭에서 라차섬 투어를 예약해 놓아 8:00에 숙소에서 출발해야 한다. 숙박비는 현지지불인데, 공항에서 바꾼 50달러는 택시비로 쓰고 남은 돈 가지고는 숙박비로 턱없이 부족했다. 07:00에 직원이 출근하니 섬투어를 출발하기 전 모든 것을 깔끔하게 세팅해 놓아야 한다.
먼저 인근 편의점에서 ATM기를 찾아 3000밧을 찾았다. 수수료가 220밧이다. 미친 수수료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힘이 없었다. 아이들 마실 음료를 사고, 진이 빠져 태국 자양강장제를 하나 샀다. 돌아오는 길에 닭고기 한 덩이가 20밧 이길래 3 덩이를 사고 숙소에 도착하여 직원에게 숙박비를 현금으로 지불했다. 직원은 어제 어떻게 들어왔냐고 묻고 나의 에피소드를 듣더니 나에게 경이로운 눈빛을 보냈다. 숙소에 올라가 애들을 깨우고 8:00 픽업을 오는 것을 준비했다. 시간에 맞춰 온 SUV를 타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잉글랜드 커플을 태워 함께 이동하였다.
출발 전 교육을 받기 위해 도착한 투어 업체엔 60명가량이 모여있었고, 한국인 팀도 많이 보였다. 그린팀과 오렌지팀으로 구분하여 팔찌가 제공되었다. 희한하게 그린팀인 우리는 한국인이 하나도 없는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원래 푸껫에 오면 제임스 본드 섬이나 피피섬 투어를 가야 하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장거리 스피드보트는 힘겨울 듯하여, 30분 거리에 섬투어로 사전 예약했다. 처음에 도착한 섬의 호핑 투어는 물살이 거세고 푸껫섬과 멀리 떨어지지 않아 물고기를 많이 볼 순 없었다.
스노클링을 오래간만에 하니 애도 나도 힘들어 섬으로 내려 점심을 먹고 쉬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둘이 같이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어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병맥주를 하나 시켰다. 아~ 이 얼마만의 창 비어인가?
점심까지 해변에서 먹고 아이들과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놀다가 섬 반대편으로 트랙터를 타고 이동했다. 거기에서 두 번째 섬인 산호섬에 도착하여 2시간가량 자유시간을 보내는 일정이다. 거기서도 아이들은 물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는 피곤에 지쳐 100밧을 주고 작은 썬배드를 빌려 지친 몸을 뉘었다. 아이들이 놀다가 카약을 하고 싶다고 해서 450밧을 주고 30분 동안 빌렸다. 섬이라 그런지 모든 게 다 비싸다.
두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비치슈즈를 신고 갔는데, 해변에서 벗고 놀다 보니 둘째와 나는 발바닥에 찰과상을 입었다. 따갑다며 보채는 둘째를 매정하게 타이르고 같이 놀다 푸껫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배를 타러 이동했다. 집합하는 장소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5분여를 달려 선착장에, 1시간을 차량으로 이동하여 숙소에 도착했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밀린 빨래를 대충 하고 신발도 씻고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애들은 카드 게임을 하다 또 싸운다. 뭐라고 혼내니 또 첫째가 삐쳤다. 한숨 자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겠다. 오늘은 둘째 생일이라 둘째가 원하는 한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잘 먹이고 돌아와야 되는데 이것들이 잘 일어날지 또 걱정이다. 다행히 잘 자고 일어나 한식당으로 이동했다. 짧게 둘째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엄마와 영상통화를 한 후 떡볶이부터 시작해서 한식으로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여행 중 가장 비싸게 먹은 음식이었다. 돌아오며 야시장을 구경하고 물놀이에 피곤한 아이들을 데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3일 차 - 푸껫 내 숙소 이동
푸껫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비행기 연착으로 어제 새벽에 도착하는 바람에 실제적으론 꽉 찬 3일 일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푸껫하고 궁합이 안 맞는지 푸껫을 떠나는 일정도 원래 11:00 비행기였는데 08:00 정각으로 바뀌는 바람에 마지막날은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안정적인 이동을 위해 숙소도 푸껫타운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옆 나이양 비치 쪽으로 예약을 했다. 푸껫타운 쪽 숙소의 아침 체크 아웃이 다행히 12:00이어서 시간적 여유는 많았다. 숙소 앞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렸다. 동남아는 체인 카페가 아니면 아메리카노 마시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숙소 바로 옆에 카페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아침을 먹고 시간이 남아 달리기를 하러 가자는 제안에 두 녀석들은 반응이 없다. 아이들을 숙소에 남겨두고 휴식을 취하게 한 뒤, 구글맵으로 달랄만 한 장소를 검색하여 몽키힐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운동화를 신고 홀로 나섰다. 현지인들의 삶을 엿보며 워밍업 삼아 빠른 걸음으로 동네를 빠져나갔다.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도착한 몽키 힐은 말 그대로 푸껫타운에 있는 작은 산인데, 9부 능선쯤에 전망대가 있어 운동과 관광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듯 보였다. 중간정도 오르니 매표소 같은 게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매표소가 아니라 원숭이 먹이를 파는 곳이었다. 원숭이가 가끔 출몰하는 줄 알고 빠른 걸음으로 통과했다. 통과하자마자 원숭이가 한 두 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웬걸, 원숭이가 도로에 깔려 있었다.
달리다가 원숭이가 놀라면 달려들 듯하여 빠른 걸음으로 잔망대로 향했다. 거리가 편도 3.5km라 시간이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상은 5분쯤 더 가면 있어 전망대에서 잠시 쉬다가 정상까지 가봤지만 각종 송신탑이 즐비하게 있고 달리 볼 것은 없었다. 정상을 둘러보고 다시 하산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내려올 때 보니 많은 관광객이 원숭이 먹이를 사고 있었다. 내리막을 달려 아이들이 놀고 있을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는데 에어컨 건전지 덮개가 없어 직원이 난색을 표하다가 그냥 체크 아웃을 해주어 각자의 배낭을 메고 인근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계산까지 토스 앱으로 스캔을 통해 결제하고 택시를 부르기 위해 다양한 택시 앱을 실행시켰는데, 가장 싼 곳과 가장 비싼 곳의 차이가 만원 이상 나서 가장 싼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40분을 달려 나이양 비치 쪽 숙소에 도착했다. 큰길에서 언덕 쪽으로 1km 정도 떨어져 있어 오토바이가 없으면 이동이 힘들다 생각해 숙소에 렌트를 문의했지만 모든 오토바이가 렌트되어 오토바이가 없었다. 직접 해안가로 가서 빌려볼 생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2.5km를 걸어 해변 주변을 찾아보았지만 들어간 모든 렌털 샵에서도 남아있는 오토바이가 없었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뭔가 되는 게 없다. 푸껫은 나랑 안 맞는 모양이다. 나온 김에 해변으로 이동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물이 얕고 잔잔하고 산호초 같은 것이 없어 아이들에게 반바지만 입고 들어가 놀게 하고 해변애서 사람 구경을 했는데 그렇게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을 불러 나오게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중간쯤 맛집에 들러 저녁식사를 했다. 바로 숙소로 가게엔 멀고 힘들 듯하여 한 번 끊어서 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이들에게 동남아 여행의 대표 식사 메뉴인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켜줬다.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키니 어디선가 파인애플을 구해 주방으로 넣어 주었다.
일단 음식의 비주얼이 좋아 아이들도 맛나게 먹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모닝글로리 볶음을 시켜 맥주 두 병을 마셨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걸어서 숙소로 복귀했다. 바닷물에 빠진 반바지와 속옷, 아침에 러닝하고 젖은 옷을 대충 헹구듯이 빨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실질적 푸껫의 마지막 날이다. 뭘 해야 할지 걱정을 안고 일단은 푹 자보겠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3일 차 - 극적인 오토바이 렌털과 푸껫의 다양한 해변 투어
오토바이가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라 실제 오늘 뭘 해야 할지 계획조차 서지 않았다. 일단 어제 약속했듯이 아침은 1.5km 떨어져 있는 팟타이 집으로 가기로 하고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열심히 달렸으나 둘째가 처져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벌써 등은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각자 원하는 음식을 시키고 아침 식사를 즐겼다. 음료수를 팔지 않아 식사 후 마시기로 하면서~
식사 후 슈퍼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마시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둘째는 해변에 갈 때는 꼭 차를 타고 가자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에 도착해서 내일 아침 공항까지 드롭을 예약하고 혹시나 오토바이 렌트가 되냐고 하니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흥정도 상태파악도 없이 혼다 클릭 125cc를 빌렸다. 한 나절이라 200밧에 빌리고 이동 때마다 차량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함께 일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푸껫의 하루가 즐거워졌다.
첫 번째 목적지는 푸껫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해변으로 갔다. 오토바이 좌석에 앉아 앞뒤로 애들을 태우고 출발하는데 오토바이 상태가 영 아니었다. 기름도 없어서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에 들러 100밧의 기름을 넣고 바람이 적은 듯하여 공기를 주입하러 주유소 옆 타이어 공기 주입기에 가서 공기를 넣었는데 앞바퀴에 바람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역시 푸껫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펑크가 난 것이었다. 주변에 수리 센터를 아는 것도 아니고, 해변으로 가다 있으면 수리를 하고 없으면 숙소로 돌아와 오토바이를 반납할 생각에 주유소를 빠져 나올려는 순간 주유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손짓을 했다. 바람이 없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손짓을 한 것이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구글번역기로 대화하는데 한 여자가 자기가 펑크를 수리하고 바람을 넣어오겠다고 해서 흔쾌히 오토바이를 건넸다. 십여분이 지나니 펑크를 수리해서 오토바이를 몰고 와서 수리비와 수고비를 주고, 슈퍼에서 음료를 사서 일하는 여자들에게 건네고 인사를 하며 주유소를 빠져나와 해변으로 향했다. 펑크를 수리하니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다.
구글 지도를 따라가니 리조트가 나왔는데, 못 들어가게 입구에서 경비가 막고 있었다. 다행히 경비 아저씨가 다른 길을 알려줘 어렵게, 첫째가 개에 물릴 뻔하면서 해변에 도착했다. 수심이 금세 깊어지는 우리나라 동해안과 비슷한 지형의 해변이라 어린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기 조금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면서 수영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햇살도 뜨겁고 배도 고프고 해서 정리를 하고 첫 번째 비치를 떠나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아마존카페에 들러 애들은 초코 음료로 점심을 해결하겠다고 하여, 나도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로 했다.
두 번째 비치는 내가 푸껫 오기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해변이었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택시를 타고 오고 가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비싸서 오토바이를 고친 김에 꼭 오고 싶어서 오후 일정으로 포함시켰다. 결과는 대만족. 푸껫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장소였다.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두 곳의 작은 바에서 음식과 음료도 팔고 있었다. 무엇보다 물도 깨끗하고 수심도 완만히 깊어져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적당했다. 해변엔 가족단위 외국인과 연인들이 주를 이뤘다. 이곳에서 일몰까지 보고 오고 싶었지만, 첫째가 바위에 찍혀 발바닥을 다치고 내일 일찍 공항으로 이동해야 해서 17:00에 짐을 싸고 숙소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토바이가 있으니 역시 기동력이 뛰어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푸껫에서 마지막 저녁은 야시장 옆 현지 식당으로 정하고 역시나 본인이 먹을 것을 정하고 필요한 음식들을 구매하여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저녁을 먹고 도로변에 있는 좀 더 현대화된 야시장에서 마지막 먹거리를 사서 숙소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망고 주스와 통오징어구이, 꼬치류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나머지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이제 짐을 싸기로 했다. 한 달 살기 거나 단기간 여행이면 케리어를 가지고 짐을 넉넉히 챙겨 세탁을 맡기면서, 내가 빨지 않고 여행을 했을 텐데 이동이 잦은 배낭여행이라 짐도 기내용 7kg에 맞춰 들고 다니면서 세탁하려니 이것도 일이다. 수영복과 오늘 입은 옷울 빨고 널어놓고 나머지 짐은 다 싸고 취침을 하기로 했다. 내일 아침 빨래가 덜 마르면 7kg 넘어갈 텐데 큰일이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면 다 말라서 가벼워져 있기를 바란다. 푸껫은 다음에 다시 오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거 같다. 일단 잠자리에 들면서 푸껫과 좋은 기억을 공유하길 기원했다.
4일 차 - 눈뜨자마자 안녕! 푸껫!
푸껫은 입국부터 뭔가가 잘 맞지 않았다. 연착에, 체크인 문제, 오토바이 렌트 문제 등 시작부터 덜컥되는 일정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치앙라이로 떠나기 위해 숙소에 공항샌딩 서비스를 신청하고 6:00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과 가까운 숙소라 6:10에 도착하여 수속을 하고 탑승 번호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 푸껫을 떠난 것이 아니라 일정이 꼬이는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항공사도 악명이 높은 비엣젯이라 두려움을 배가시켰다.
국내선이라 티켓팅부터 체크인까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일단 비엣젯 항공은 인정한다. 말레이시아 반딧불 항공보다 천배는 정확한 것이 맘에 쏙 들었다. 반면 푸껫 공항은 에어컨이 강해 너무 추워서 애들에겐 긴 잠바를 입혔다. 비엣젯 항공의 2시간에 걸친 비행이 놀랍게도 정시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치앙라이 공항에 착륙했다. 푸껫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한 여행지지만, 다음에 다시 찾으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으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