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음식의 추억 1 (장가계)

자가격리에 대하여

by sheak

자가격리 5일 차, 이제 서서히 답답함이 밀려오고 폐소 공포증도 더 악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럴 땐 물리적으로 좁아진 활동범위를 극복하고자 멀리 떠났던 배낭여행의 추억을 통해 답답함을 극복하곤 한다. 그리하여 오늘은 배낭여행에서 먹었던 내 인생 최고의 음식을 뽑아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배낭여행이었던 2002.12월의 어느 날로부터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던 2020.1월의 그날까지 수많은 음식을 먹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다섯 가지 음식을 떠올려 보겠다.



닭볶음 탕 - 힘든 하루가 선물한 최고의 음식

나의 첫 번째 배낭여행은 단순히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2002년 6월, 4년 4개월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3개월간 기간제 교사의 삶을 살다 11월 중순 백수가 되었다. 그 시절 유행했던, MSN 메신저를 켜놓고 군대에서 같은 BOQ를 썼던 후배와 일상을 나누는 것이 삶의 낙이었고, 중국 베이징에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 그 녀석은 하루하루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나를 유혹했다. 유혹에 혹하여, 아니면 이를 핑계로 인천에서 배를 타고 베이징을 들어가 계획에도 없던 40일간의 배낭여행을 시작하였다. 1주일간 베이징 여행을 마치고 둘의 배낭여행이 시작되었는데 아는 중국어는 없고, 영어도 서툴고 매일매일이 긴장과 모험의 연속이었다. 특히, 장가계에서 길을 잃고 헤맨 사건은 중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었으며, 그때 먹었던 닭볶음탕은 아직도 뇌리와 미각 속에 남아있다. 장가계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날 장가계를 여행 후 난닝으로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맘을 먹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천자산 케이블카를 타고 장가계에 도착하여 관광을 시작했고 장가계와 원가계를 헤매며 안개 낀 산속을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산을 내려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왔던 원래 왔던 장소로 가려고 했으나 길을 잃어버렸다. 한참을 헤매다 공안의 도움으로 그 당시 공사 중이었던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담배 2갑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매표소 앞에서 떨고 있는데 직원이 따뜻한 원탁 테이블로 안내해 해바라기 씨를 먹으며 버스 끊긴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중국어가 통하지 않아 북경에 있는 친구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숙소에 연락해 우리의 상황을 알려주고 도움을 청하니 직접 데리러 온다고 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어제 숙소 사장님이 동네 사람 서너 명을 승합차를 태우고 30분을 달려 우리를 태우러 왔다. 다시 승합차를 타고 출발했던 숙소로 다시 출발하여 도착하니 맘이 놓이면서 허기가 밀려왔다. 아주머니는 빈관 뒤 버스 종착역에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줬다. 그곳은 버스기사들이 운행을 마치고 식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밥은 무제한 제공되었고, 우리는 비주얼에 익숙한 닭볶음탕 같은 것을 시켰다. 당연히 칭다오 삐쥬도 한 병 시켰다. 하루 종일 산속을 돌아다니고, 길을 잃고 헤매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공안과 장가계에 근무하는 직원들 속에서 불확실한 하루를 보낸 터라 밥을 꽉꽉 눌러 담고 식사를 시작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아니, 그 닭볶음탕이 맛있기도 하였다. 전날 숙소를 떠난 지 15시간 만에 다시 우리는 어제의 숙소로 돌아왔고, 숙소 주변에서 닭볶음탕을 먹고 있는 계획되지 않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거기서 먹은 저녁은 내가 먹어본 닭볶음탕 중에서 가장 맛있었을 뿐 아니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맛이 느껴진다. 지금은 그곳을 찾아가라면 찾아갈 수도 없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겠지만, 그날의 그 음식은 아직도 느낌과 맛이 기억에 날 정도다. 배낭여행에서 그날 먹은 저녁식사는 하루 종일 산속을 돌아다닌 것과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좋은 기억이었다. 그것은 장가계 산속에서 만난 젊은 공안의 친절함이 더해지고 매표소 직원의 따뜻한 마음이 양념이 되고, 그리고 발 벗고 승합차로 마중 나온 빈관 사장님의 측은지심으로 버무려져 맛나게 어우러진 기억이었다. 그 이후 먹은 닭볶음탕은 아직도 그날의 맛을 능가하지 못한다.

2002년 장가계(좌), 완공된 백룡 케이블카. 2016(우)



참고 : 중국의 숙소 등급

1. 류관(旅馆) : 한국의 여인숙급

2. 빈관(宾馆) : 한국의 모텔, 관광호텔급

3. 국제청년여사(国际青年旅舍) : 한국의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급

4. 반점, 주점(饭店, 酒店) : 식당을 포함하는 호텔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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