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하여
장마처럼 5월의 비가 내린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란 말이 다양한 계절을 보여줘서는 아닐 텐데
더위와 추위, 장마와 황사, 폭풍과 자외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세차는 언제 하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뻐근한 온몸을 방치한 죗값을 치르고 있는 오후
아들 녀석은 잠깐 개인 틈을 타 자전거를 타러 나갔지만 금세 돌아왔다.
나도 아들 녀석처럼 용기를 내어 복장을 챙긴다
인파로 넘쳐나야 할 하천 둔치는 새벽처럼 고요하다
빗소리에 초록의 잎들만이 춤을 춘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계속 갈지하는 망설임이 불현듯 솟아난다
등산로에 도착하니 인파는 더욱 줄어들고
마치 열대우림에 들어온 듯 스콜이 내린 숲이 느껴진다
내려오는 길에 턱걸이를 했지만, 턱걸이 능력을 자랑하려는 영감님이 등장하여 급히 자리를 떴다
그리곤 등산로 입구 마지막 집 한가한 가게에 자리를 잡는다
비 오는 날은 전과 막걸리 아니겠나 생각했지만,
아주머니가 출근을 안 하셨는지 전은 안된다 하여 두부를 시켰다
김치는 중국산이 아닌 직접 담갔다는 말을 전하는 주인장을 뒤로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한참을 그렇게 빗속에 앉았다
누워서 비 오는 오후를 즐기는 많은 나날들 속에
오늘처럼 비 오는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것도 나름 행복이다
모든 상황이 행복이라면, 나를 위한 행복의 시간을 선택하고 싶다
일주일의 하루를 신께 드리는 종교처럼
그리고 혼자 헤엄칠 때까지 어린 물고기를 키우는 수컷 가시고기의 일상처럼
인생은 타인을 위해 혹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많은 타인과의 엮임속에서
나에게 오롯이 주어진 시간은 비 오는 날 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