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자 배낭여행-사전준비8
가족과의 배낭여행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내가 없이는 가족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하는 배낭여행에도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맛있는 술과 다양한 음식이 함께하는 레스토랑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비타민과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가족을 동반한 여행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입장하지 못하는 레스토랑은 피하고 가족 친화적인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지역별 레스토랑을 여기에서 소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배낭여행을 할 4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다양한 상표의 맥주와 일부 증류주를 소개하면서 여행 계획에 지쳐가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주나 와인 등도 있지만, 여기서는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마시는 다양한 맥주를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보고자 한다. 아래 표는 배낭여행 4개국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술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일단 이번 여행에서는 조사된 14종의 술을 모두 맛보게 될 것임을 다짐하면서 국가별로 술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겠다. 국가별로 맥주의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은 주류세의 차이와 경제발전 상황의 차이, 세금을 매기는 기준(술의 양 혹은 알코올 양 등)에 기인한 것이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전통주에는 세금을 낮게 매기고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수입 해서 들어오는 술에는 세금을 많이 매기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 메콩강을 배경으로 한 풍부한 술 리스트 지역
베트남은 메콩강 삼각주와 남중국해를 끼고 있어 농수산물이 풍부하다. 여기에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음식문화와 함께 맥주도 일찍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동남아 여러 국가 중 가장 저렴하게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국가로 발전했고,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와 가까워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다. 베트남은 음식문화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음식과 후에와 다낭을 중심으로 한 중부음식, 호찌민(사이공)을 중심으로 한 남부음식으로 나누어지듯이 맥주 역시 세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들이 유통되고 있다. 북부의 하노이 맥주, 중부의 라루 맥주, 남부의 사이공 맥주가 그것이다. 맥주가격 역시 동남아시아 지역 중 가장 싼 지역 중 하나로 편의점에서 사는 가격과 음식점에서 파는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인상적인 술자리는 2003년 동남아를 처음 배낭여행 할 때 3박 4일 코스로 메콩강 삼각주 투어 후 배를 타고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여행 중에 있었다. 2박째 어느 섬에 들러 백로들의 서식처와 향을 만드는 공장, 방앗간과 현지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숙소에 머물게 되었다. 영어를 하는 베트남 여자 가이드는 해가 진 뒤 밖을 나가지 마라고 당부를 했다. 청개구리과인 군대 후배와 나는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걷다가 목욕탕 의자를 깔아놓고 집에서 담근 술을 파는 골목어귀 노점에서 2리터 페트병에 담긴 2,000원짜리 술을 마시며 다음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하던 중 오토바이를 탄 10명 정도의 10대 청소년들과 합석을 하여 두어 시간 술을 마셨다. 그때만 해도 공장에서 만들어낸 맥주가 외딴섬까지 잘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의 어느 시골을 가더라도 하노이 맥주와 사이공 맥주가 가게에 자리 잡고 있다. 과의
말레이시아-이슬람인구가 다수지만 맥주소비가 늘어나는 지역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술을 마시기 가장 어려운 나라는 브루나이이다. 강력한 이슬람교 통치에 기반하여 술을 판매하지도 않고, 반입도 어렵다. 그다음으로 술 마시기 어려운 나라가 바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다. 80%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보다는 무슬림이 60%인 말레이시아가 그래도 술에 대한 제한은 적은 편이지만, 술에 대한 세금이 높아 다른 어느 지역보다 술 가격이 비싸다. 식민지 이후 발전된 양조장도 없어 외국계 회사가 설립한 공장에서 맥주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하이네켄(타이거맥주 포함)과 칼스버그가 전체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술 가격도 술값이 싼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비해 2-3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으며, 음식점에도 술을 팔지 않는 곳이 많다. 주변 편의점에서 사서 먹도록 배려해 주는 곳도 있으나 술을 마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음식점도 많다. 술을 파는 음식점도 야시장 같은 곳도 비싸게 느껴지는데, 고급 음식점에서는 한국의 2배 이상을 지불하고 마셔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술을 마셔야 한다면 말레이시아 입국 시 위스키나 럼, 보드카 등을 구입하여 식당에서 콜라나 각종 음료에 개인이 알아서 섞어 마시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한 번 도전해 볼까?
비싼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술을 비싸게 마시는 게 영 아쉽다면, 섬 전체가 면세구역으로 지정된 랑카위로 여행을 떠나보자. 말레이시아 국내선 비행기는 가격이 싸므로 장기로 말레이시아 여행을 한다면 랑카위에서 값싼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타이- 지역 생산 맥주의 인기가 독보적인 지역
타이는 가장 다양한 술을 접할 수 있는 곳이면서, 또한 제한이 공존하는 곳이다. 예전에 365일 중 300일을 음주하는 선배와 방콕-끄라비 여행을 할 때, 방콕에서 밤까지 거하게 한 잔을 하고 아침에 렌트한 승합차를 타고 아유타야로 가고 있는데, 아침 해장술을 마셔야 한다며 편의점에 차를 세웠는데 술을 팔지 않았다. 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술을 판매하는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타이의 술 판매 시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타이의 술 판매 시간은 11:00-14:00, 17:00-24:00까지로 제한되어 있고, 불교 공휴일과 선거기간 동안에는 하루종일 술 판매가 금지되기도 한다. 시간상 대낮부터 술을 마실 주정뱅이가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타이를 여행하는 사람으로서 알아두면 좋은 정보이다.
타이의 맥주는 코끼리를 상표로 한 창 맥주가 점유율 1위를 하다가 타이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리오(LEO) 맥주가 최근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다는 자료가 있다. 여하튼, 타이의 맥주시장은 LEO, 창, 싱하가 전체 점유율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은 맥주 이외에도 저렴한 럼주인 '쌤쏭'이나 가성비 좋은 코냑인 '리젠시', 부드럽고 깔끔한 위스키인 '블랜드 285'도 기회가 되면 한 번 경험해 볼 만하다.
라오스- 공산주의가 강해 하나의 맥주가 대세인 지역
라오스에서는 어떤 술을 마실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1973년 공장을 연 The Lao Brewery Co., Ltd.(L.B.C)는 맥주와 얼음을 만드는 공장에서 시작해 한 때는 라오스 맥주시장의 98%를 점유하던 유일무이한 맥주이다. 라오스 어느 곳을 가나 라오비어가 있으며, 수도 비엔티엔 공장을 중심으로 펩시콜라, 소다수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코카콜라보다 펩시콜라가 일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LBC는 가게이름과 함께 비어라오가 있는 간판을 무상 설치해 주면서 외국산 맥주의 공세에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다른 지역과 달리 쌀을 사용한 맥주로 수입한 맥아와 쌀을 적절히 혼합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만들 수 없는 특이한 맛을 가진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1973년 시작된 LBC는 사회주의국가로 독립한 1975년 국유화되었다가 1993년 외국기업과 합작하여 운영하는데, 덴마크의 칼스버그 회사가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라오스에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냥 비어 라오를 마시면 된다.
다른 술을 꼭 마시고 싶다면 동남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뱀술 같은 거 마시지 말고, 공장에서 생산된 라오라오라는 술을 마셔보자.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라오스 소주라 불리는 술로 쌀과 쌀겨를 발효한 후 증류해서 마시는 술인데, 가게에서는 주로 40% 알코올의 술로 판매된다.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소주가 생각날 때,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칼스버그의 라오맥주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2008년 하이네켄이 설립한 Heineken Lao Brewery (HLB)에서 남콩(NAMKHONG) 맥주가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라오비어와 맛을 비교하며 마셔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언급된 모든 술을 다 마시지는 못하더라도 가족 배낭여행에서 부모들이 하고 싶은 콘텐츠를 골라서 해보는 것도 여행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가족 여행이니 미성년인 자녀들을 배려하며 여행하는 것이 맞지만, 미성년인 자녀들도 부모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감내하는 모습도 보이며 여행하는 것이 진정한 가족여행 아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보모들이 하고픈 일들도 하나씩 포함해서 가족여행을 한다면 여행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한 번 하고 끝낼 가족여행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