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자 배낭여행 정리
숙소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집과 같이 편안한 곳이 되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숙박시설을 선정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3 부자라서 3명 숙박이 가능한 숙소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명이면 1인실을 구하기 어려워 인당 숙박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3인 이면 3인실을 얻거나 싱글침대 2인실을 얻어 숙박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30박을 하면서 다양하고 많은 형태의 숙박을 경험했다. 인피니티 풀 사용이 가능한 쿠알라룸푸르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부터 가장 저렴하게 묶었던 붕따우의 모텔까지 다양한 도시만큼 다양한 숙박 경험을 했다. 한정된 예산에 숙박은 1박에 3-6만 원 사이의 시설을 찾아보며 여행 출발 전 모든 숙박예약을 완료했다.
가격면에서 양극의 숙박-붕따우 vs 쿠알라룸푸르
먼저 가장 저렴한 숙소는 붕따우에서 묶었던 킹베드 1개짜리 '퀸 모텔 붕따우'였다. 호찌민으로 입국하여 떤션넛 공항에서 바로 붕따우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고 오후에 도착하여 다음날 오후에 떠나는 일정이라 굳이 좋은 시설을 잡지 않은 점도 있지만, 붕따우라는 위치 특성상 호찌민 1군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많이 저렴한 편이었다. 예약 가격은 13,000원이었다. 킹베드에 화장실이 별도로 있고 티브이와 에어컨도 작동이 되었다. 아이 둘과 셋이 자기에도 좁지 않은 침대사이즈에 사장님이 친절하여 기억에 남는다. 붕따우 숙소보다 더 못한 숙소가 치앙마이 타페문 안쪽에 위치한 숙소였는데, 가격은 붕따우의 2배에 침대 프레임도 없이 매트리스만 바닥에 깔려 있고 리셉션도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호찌민의 1군 여행자 거리에 위치한 숙소도 붕따우 보다 룸 컨디션이 떨어졌지만, 가격은 2.5배 정도로 예약했다. 일반적으로 유명 여행지 및 여행자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은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책정되었다. 반면에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숙소는 쿠알라룸푸르에서 3박을 했던 에어비엔비 숙소였다. 1박당 4만 원 정도인데 더블침대 2개에 취사가 가능한 싱크대도 있고, 수영장도 인피니티 풀부터 아동용 풀, 헬스장까지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극강의 가성비 숙소였다. 물론 위치는 어중간해서 주변에 관광지나 식당이 없어서 택시를 불러 나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숙소의 가성비와 청결상태가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했다. 이밖에도 방콕의 메타발리 레지던스 호텔도 조식에 좋은 위치까지 맘에 드는 숙박경험이었다.
가장 비싼 숙박-수코타이
동남아 배낭여행을 하면서 목재로 지어진 시설에서 숙박했을 때 느꼈던 아늑함이 항상 그리웠다. 태국 꼬창에서 묶었던 숙소가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생각이 났는데, 이런 감성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준 숙소가 수코타이의 '타이 타이 수코타이 리조트'였다. 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숙박료가 저렴한 수코타이지만, 리조트에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라 이번 배낭여행에서 가장 비싼 숙박료를 지불했다. 리조트라 숙박동이 여러 개가 있었고, 수영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조식 식당도 따로 있어 쾌적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2박을 숙박했으며, 가격은 2박에 조식을 포함하여 113,000원으로 1박에 56,500으로 이번 여행 최고가 숙박이었다. 숙박인원이 3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가격이지만 배낭여행에서는 최고가를 차지했다. 수코타이를 다시 찾는다면 다시 가고플 만큼 직원들도 친절하고 동남아 리조트 특유의 수건 장식까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숙소도 3인실로 편안하게 쉴 수 있었고 화장실도 숙박시설과 마찬가지로 청결하고 고급스럽게 유지되고 있었다. (지금 확인해 보니 최고가 숙박은 비엔티안 호텔로 59,500원으로 아젤리아 파크뷰 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조식도 불포함되어 있는데, 우리는 조식을 먹었고, 나는 조식값을 계산한 기억이 없다. 이런!)
숙박 관련 에피소드
숙박을 예약할 때 3인으로 예약하면 조식이 포함되었을 때 3인 모두 조식을 주는 줄 알았으나, 아유타야에서는 미리 1인분 식사비를 받기도 하고, 방콕에서는 아침에 2인 분만 나와서 애들이 먹지 않는 풀떼기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대형 숙박시설의 경우 뷔페식으로 운영이 되지만, 중소규모의 호텔들은 단품으로 전날 미리 주문을 하거나 아침에 주문을 받고 만들어 주기도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아침이야 뭐 먹지 않으면 주변 식당에서 사 먹으면 되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주의할 것은 중소규모의 호텔등은 리셉션을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늦어도 저녁 즈음엔 도착하기 때문에 체크인에 문제는 없었지만, 사건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 터지는 법 아닌가? 사건은 페낭에서 푸껫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의 지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최초 예약은 오후 3시에 푸껫에 도착해서 1시간을 넉넉하게 이동해도 4시 전에는 도착하는 계획이었으나, 비행이 7시간가량 연착되면서 11시가 다 되어 푸껫공항에 도착했고 결국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00:30분이었다. 숙소의 문은 굳건히 닫혀있고 리셉션의 불은 꺼져있는 상황이었다. 혼자면 뭐 다른 숙소를 알아보거나 어찌 노숙이라도 할 텐데, 초등 아이 둘을 데리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벨을 누르고 출입문을 두드리니 1층에 숙박하는 백인 남자가 문을 열어줬다. 문제는 나에게 방을 내어줄 그 누구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공간 분석을 하니,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는 식당 같은 곳이 있었고 화장실도 있었다. 여차하면 애들을 이곳에서 재울 판이었다. 일단 가방을 내리고 리셉션을 찾아봐도 내가 예약한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리셉션 안으로 들어가서 서류를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23:30에 도착한다고 메일을 남겼는데 오지 않는다고 다 사라져 버려 약간 맘이 상한 터라 서류 뒤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이 되었다. 잠시 후 나의 예약 내역이 적힌 프린트 용지를 발견했지만, 방 호수나 그 어떤 메모도 없었다. 다시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랍의 한쪽에 열쇠와 나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발견하고 우리는 체크인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불법으로 걸고넘어지면 걸리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사건으로 늦은 도착은 항상 숙소와 연락을 해서 체크인이 가능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 전체 세포에까지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밖에도 숙박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하노이에서는 호텔의 층고가 너무 낮아 머리가 닿을 듯했던 경험도 있고, 호찌민에서는 침대가 너무 좁아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치앙라이의 숙소에서는 조식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맛있는 조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고, 아유타야에서는 아이들이 조식을 죽으로 신청해서 반도 먹지 않고 남겼던 기억도 있다. 마음 같아서는 도미토리에서 자면서 또 다른 숙박 유형을 아이들에게 경험해 주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양한 여행경험만큼 다양한 숙박을 경험한 것이 좋았다. 불편함도 때로는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