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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Jun 02. 2023

왼손에 있던 핸드폰이 사라졌다

왼손에 있던 해드폰이 사라졌다.


요즘 들어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는 걸 느낀다. 단순한 스트레스이겠거니 싶지만.

왜 그럴까.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 충전기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출근시간에 막 늦어본 적은 없다. 적어도 내 기억엔.

아침에 정신이 깨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 약간의 시간이라는 게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출근 전날 미리 준비를 하곤 한다. 왜냐고? 아침에 준비하면 분명 몇 가지 빼먹고 집을 나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분명 출근 전날 가방에 챙겨뒀던 충전기가 보이지 않는다.


퇴근 후 집에 와보니 여전히 보이지 않는 충전기. 미칠 노릇이다. 집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집안 곳곳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호흡을 가다듬고 전날의 기억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방부터 다시 뒤져보자. 가방 속 물건을 하나둘씩 천천히 꺼내기 시작할 필요도 없이 처음 집어든 물건이 충전기였다. 내 손에 잡히지 않기 위해 하루종일 그 어두운 가방 속에서 숨어있었나 싶다.



연구실 출입증 카드는 도대체 어디에


3층에 구석에 위치한 연구실. 직원이나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 덕에 나름 조용하고 아늑하다. 사실 너무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아무도 방문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걸 수도 있다.


연구실에 출입하려면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거나 백 원짜리 크기만 한 출입증 카드가 있어야 한다. 4자리 누르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반드시 출입증을 바지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수업 시작 5분 전. 수업자료와 usb를 챙기고 연구실을 나선다. 문을 닫고 보니 출입증을 까먹은 듯싶어 양쪽 호주머니를 열심히 뒤져보지만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닫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연구실로 들어간다. 호주머니에 없다는 것은 아마도 책상 위에 두었거나, 가방 앞주머니 혹은 지갑일 가능성이 컸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수업 2분 전.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바지에도 없고. 가방에도, 지갑에도 없다. 심지어 책상 위에도 아래에도 없다. 그냥 포기하고 갈 법 하지만 수업 내내 신경이 쓰일게 뻔했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구실을 나서는 길에 복도에 떨어트렸나 싶어 바닥을 열심히 둘러봤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침에 내가 연구실 문을 어떻게 열고 왔더라... 이제는 의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과대에게 문자를 보냈다. 결국엔 수업을 5분 늦췄다.

오 하나님 제발... 이제는 별의별 말들이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책상 아래에도 없다. 가방을 앞뒤로 뒤집어 봐도 소용없었다. 잠바 안주머니부터 샅샅이 뒤져봐도 이놈은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니.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었다... 고 믿고 싶었다.


어차피 못 찾을 거 슬슬 포기하고 잃어버린 셈 치고 비밀번호를 바꿔야 하나 싶었다.

여분의 출입증 카드를 꺼내려고 서랍을 열었다. 비닐을 뜯지도 않은 새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래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책상 위를 마지막 한번 둘러봤다.

집요함이었을까.


포기한 채 책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늘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사하라 사막처럼 어쩜 그리 넓어 보이던지.


딱 한 군데 찾아보지 않은 곳이 있었다. 개강하고서 손도 대지 않은 필통 안.

평소에도 책상 위에 널브러진 필기도구를 집히는 대로 마구잡이고 가져다 쓰는데, 에이 설마.


찾았다.


결국엔 수업에 10분 늦었지만, 나보다 5분 더 늦게 들어온 학생들.

쌤쌤으로 치고 웃고 넘어갔다.


다음날 또 잃어버렸고, 연구실 창문 틈에서 겨우 발견했다.

필통 안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창문 틈이라니.

도대체 어떤 경로로 거기까지 가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왼손에 있던 핸드폰이 사라졌다.



[파라솔이 펼쳐져 있어도 더운 요즘 날씨]


나는 학교에 일찍 출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늦어도 8시 10분에는 연구실에 도착한다.

나에게 도착한다는 의미는 연구실에 짐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켜는 순간이 8시 10분쯤 된다는 소리다.


오전수업이 있거나 없거나 항상 비슷한 시간에 온다.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커피도 한잔 하고. 미리 잠도 깨고.

전날 학교 이메일에 처리할 내용은 추가로 없는지 확인도 하고.


어쩐 일인지 학과장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아침부터 연락을 하셨다는 건 학교에 이미 나와계신다는 의미.

나는 더 들어볼 필요도 없이 교수님 연구실로 가겠다고 한다.

어차피 아침에 급하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학교에서는 모닝커피도 혼자보단 둘이 좋다.


"5분 내로 뛰어가겠습니다."


익숙한 듯, 컴퓨터는 절전 모드로 해놓고 바로 일어서서 핸드폰을 챙긴다.

당연히 출입증 카드부터 챙겼는지 확인하고(한두 번 못 찾는 해프닝 이후로 몇 번이고 확인한다)

핸드폰을 들고 연구실을 나선다.


옆건물 교수님 연구실로 가려고 건물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했던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연구실 방문을 나설 때만 해도 왼손에 들고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가벼워진 왼손.

도대체 어디 간 거니.


또다시 시작된 건망증.

할 수 없이 건물 안으로 되돌아가서 연구실로 뛰어갔다.


연구실 문을 열려고 바지 오른쪽 호주머니 안의 출입증 카드를 꺼내려고 했다.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걸리적거리는 오른손.


그리고 오른손에 들려있는 핸드폰.

나참 어이가 없어서.


예상치 못하게 매일매일 정신없이 사건이 터지는 요즘.

2주 뒤면 방학이니 그나마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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