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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Feb 17. 2023

맥락 안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나라는 맥락을 잃지 않는다는 것

#1. 화요일

"안녕하세요? PwC 딜팀에서 일하는 H회계사입니다. 오늘 처음 뵙지만, M모임 슬랙에 있는 자기소개글을 봤었어요. 여기서도 뵙네요." 


이번 주 화요일 업계 모임에서 만난 분이 내게 처음 건넨 말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M모임 슬랙은 대부분 나와 다른 일을 하는(할 것 같은) 분들이 모인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에 대한 호기심, 또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호기심에 가입한 온라인 모임이다. 


우스갯소리로 자주하는 '우리나라 좁아, 착하게 살아야 된다'란 느낌을 넘어서 H회계사와의 만남은 이상하게 좀더 묵직한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사는 모습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사람들이 볼 수 있겠구나. 또 내 행동들이 크던 작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H회계사와의 대화는 짧았지만,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대화의 시작 점이 M모임이란 공통사여서 그런지 좀 더 친근했고, 재미있었다. 우연이 주는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2. 금요일

내 몸의 Mood를 바꾸고 싶을 때, 웨이트 트레이닝이 효과적이다. 점심약속이 없는 오늘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일찍 헬스장에 가서 짧은 운동 후 샤워장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빠져나왔다. 다음 일정까지 약간의 시간도 있었고, 잠깐 걷고 싶어 들른 IFC몰 영풍문고. 우연히 집어든 책 제목이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였다. 여기 발뮤다를 소개하는 소제목 '맥락 위에 존재한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발뮤다는 우리들이 기존 생활가전으로 부터 무의식 중으로 느꼈던 경험(맥락)과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맥락을 잘 이해하고 탄생한 브랜드들은 같은 선상에 있던 기존 브랜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정도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발뮤다 제품은 스피커다. 음악 리듬에 맞춰 빛이 반짝이는데, 좋은 음악과 함께 스피커를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그러고 보니 발뮤다 스피커는 듣는 것에, 시각적인 요소를 더해 음악이 줄 수 있는 경험을 확장시킨 것이다. 스피커라는 맥락 위에 얹은 불빛이라니.  


이 책의 발뮤다 챕터를 통해 우리가 좀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적용해보고, 그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도 해보고, 나게 어떤 것이 인위적인지 자연스러운지 판단도 해보고 말이다.   





#3. 지금

'나'라는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여의도에서, 금융업 안에서 보내지만 '나'라는 맥락의 확장성은 굉장히 무질서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다양할 수 있어도, '나'는 단순하지만 일관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링크드인과 리멤버는 내가 하는 업으로 '나'를 표출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 이 업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를 이해하고, 좀 더 내가 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다채로워지는 나를 겁낼 수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라는 맥락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은 DALL-E를 통해 그려본 뱅크시 스타일의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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