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서 샤넬까지

Humble Masterpiece를 생각하며,

by 송기연

민감한 주제 같지만 디자이너라면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내용 같습니다.

보통은 제품 디자인을 하게 되면, 가격(Price)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소비자 가격인 1,000원인지, 10,000원인지, 100,000원짜린지에 따라 프로세스나 수요자나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그럼, 싼 제품과 비싼 제품 중에서 어떤 게 더 쉽고 편리할까요?


제가 생각한 답은 비싼 제품(고가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가품일수록 대상이 되는 수요자도 한정적이고 구체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르게 말하면 조사하고 분석해야 할 범위가 좁고 명확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면, 싸고 저렴한 제품일수록 수량도 많아지고, 수요자도 불특정 다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다양한 의견과 사용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대량생산의 입장에서 봐도 매력적입니다. 생활용품 중에서도 이른바 가성비나 가심비를 가진 이런 제품들이 왠지 더 마음이 갑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Humble Masterpiece라고 있습니다. 누가 디자인했는지, 누가 설계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었습니다. 가장 훌륭한 예술품은 바로 '일상'이란 거지요.

야구공, 아이스크림, 종이클립, 1회용 밴드, 츄파춥스 등이 그 예입니다. 우리에겐 중국집 '철가방'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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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저는 다이소를 좋아합니다. 아마,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라면 생활용품 샘플링의 천국이 아닐까 합니다. 고가는 아니지만 5천 원 이하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보고, 만져보고, 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조악하고, 또 어떤 것들은 소위 가격 대비 가성비가 충분한 것들을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샤넬런(Chanel Run)이란 말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을 사기 위해서 매장 오픈과 동시에 뛰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브랜드 샤넬은 애플리케이션에 상관없이 브랜드가 가진 높은 가치때문에 "명품(Masterpiece)"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명품가방을 사서 되팔아서 이익을 취하는 사업자나 개인들의 행위를 저렇게 빗대어 표현하는데, 한 번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이슈 같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사회현상이나 개념이 모호한 경계에 있는 것들이 많지만 "명품 vs 고가품"이 가지는 의미를 한 번 곱씹어본다면, 특히 디자이너들에게는 생각할 좋은 테마가 된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남녀의 기본적인 인식구조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고, 또 다른 다양한 전제들이 있을 겁니다. 이미 공산품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품의 기능성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비대해져 있다고 볼 것이고, 브랜드 경험의 차원에서 본다면 소비자가 존재하고 니즈가 존재하니 시장에서 그만큼의 가치가 형성된다고도 할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시각에서는 10원도 안 되는 종이클립을 디자인하는 것과 1,000만 원짜리 클러치백을 디자인하는 것이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 다 잘 해내야 하는 프로젝트일 뿐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 1839~1986)가 남긴 멋진 말이 있습니다. 디자인의 영역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입술연지에서 기관차까지"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로위가 활동하던 시기에 작고 일반적인 생활용품에서 가장 크고 최신의 결과물에 빗대어 말했을 겁니다. 이제는 이렇게 한 번 말해보면 어떨까요?



디자인의 영역은 "다이소에서 샤넬까지"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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