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차에서는 왜 졸릴까?

by 송기연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왔다.

12시 35분 서울발 KTX로 갔다가, 명동에서 짧은 회의를 마친 후 바로 부산으로 내려오는 스케줄이었다. 부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30분. 그야말로 일일생활권이 맞다. 집에 와서 늦은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몇 가지 정리를 하고 컴퓨터를 켜니 10시 50분이다. 기차 안에서 무선 키보드를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글감 초안 몇 가지도 썼고 보던 책도 읽었다. 간간이 메신저로 연락도 주고받고, 재밌는 쇼츠, 인터넷 서칭도 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아니, 잠깐 눈 붙여야지 했다가 30분을 내리 자버렸다.


궁금했다.

기차시간은 한 낮이었고, 어젯밤에는 숙면도 취했다. 평소라면 절대 자지 않을 그 시간에 나는 왜 잤을까? 혼자만의 생각으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다. 내 몸이 피곤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실제로는 피곤함이 몰려들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내 몸에 전달되는 기차의 진동과 변함없는 자세,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 지루함과 함께 몸에 피곤이 잠을 부른 것이다.


그렇다.

변화 없는 상태는 단 3시간이 안 되는 시간에도 몸을 지치게 만든다. 평소라면, 스마트워치가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됐다고 알려준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같은 패턴, 변화 없는 삶은 쉬이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몸이 피곤하면 그 어떤 생산적이거나 의미 있는 일도 모두 귀찮아진다. 아무리 평소에 체력관리를 하든 아무 소용없다. 처음에는 몸도 반항할 것이다. 움직이자, 변화하자고 하지만 쉽지 않고,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걸 견뎌낼 재간은 없다.


나름 묘안을 생각했다.

다음에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복도 쪽을 예매할 생각이다. 주로 창가 쪽을 우선 예매했는데, 복도 쪽이 일어나서 움직이기 좋을 것 같다. 몸에도 좋고, 이동하는 시간을 잘 활용했으면 하는 의도에도 맞는 것 같다. 다음 서울행 일정이 생기면, 한 번 시험해 봐야겠다.


이렇게 내 인생에 하나의 기준이 생기는 순간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잘딱깔센, 갓생, 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