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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을의 입장으로 하는 것이다

지원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태도

by 송기연

갑질은 나쁜 단어다.

갑이 지나친 권위를 가지고 을을 대하는 행동과 태도에 '짓'을 붙인 것이 갑질이다. 지위고하에 의해, 필요에 의해 우리는 다양한 갑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누구나 을이 되는 것은 싫어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을로서 받은 스트레스는 다른 곳에 가서 억지스러운 갑으로 '갑질'을 하면서 풀어낸다. 손님은 왕이라는 이상한 논리에 천착한 많은 을들은 같은 을끼리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갑은 이를 편안하게 바라본다.


을이 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갑질을 일삼는 갑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회사나 조직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일은 어차피 서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잘할 가능성이 있다. 퇴사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적절한 갑은 존재할 수 없을까?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말하는 갑은 어떨까?

생각해 보면 그런 갑은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뭐가 불만인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갑이라면, 어쩌면 원하는 바를 맞춰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가지원사업은 창업예정자나 초기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갑과 을의 게임이다. 운영기관으로 대표되는 국가는 갑이다. 지원하는 모든 이들은 을이다. 선정을 위해 작성하는 사업계획서라면 갑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원사업에서 원하는 것은 뚜렷하다.


사업의 시작이 되는 문제를 잘 찾았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은 적절한가? 대표자는 그 비즈니스모델을 실체화하기 위해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가? 함께 할 팀은 잘 구성되었는가? 결국, 조금만 도와준다면 사업이 안정적으로 출발해서 잘 성장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식은 자기 눈에 제일 예쁘다.

마찬가지로 본인의 BM은 가장 자신 있지만, 갑의 입장에서 주장하면 안 된다. 게다가 경쟁자도 많다. 내 말이 맞다고 아무리 외쳐도 객관적으로 신뢰가 가야 선정이 될 수 있다. 갑은 쉽사리 감정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을은 갑이 원하는 뚜렷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내가 다른 을보다 낫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갑을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선택권을 진 갑은 평가위원의 형태로, 운영기관의 형식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지원사업은 선정이 끝이 아니다. 사업기간 내내 계속 뭔가를 요구한다. 공짜로 그냥 주는 혜택은 없다. 선정된 만큼의 혜택은 꼼꼼한 계획의 실천과 의지로 행동해서 증명해야 한다. 이때 갑은 나름 합리적이고 을을 위한 마음도 크다. 이런 갑을 만나는 것 자체는 행운이다.


사업은 을의 입장으로 하는 것이다.

고객은, 시장은, 미래는 모두 갑이다. 우리는 시장과 고객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이다. 그 첫출발은 그중에서 가장 손쉬운 갑을 상대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갑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을은 시장에 첫걸음을 내딛을 자격이 없다. 이 얼마나 좋은가?


사업은 을의 입장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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