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운동회를 아시는가?
이 5음절의 단어는 듣는 사람마다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이는 학교 운동장을 또 어떤 이는 연예인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이 떠오를 것이다. 이 단어를 방금 구글링 해보니 어린이, 가족, 회사, 학교 등에서 하는 체육대회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다. 혹시 '변웅전 아나운서'나 '김명덕 코메디언'이 생각났다면.. 연식이 꽤나 되셨다.
크로스핏 WOD는 매일매일이 힘들다.
보통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정식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토요일에도 별도 프로그램이 있다. 그래서 운동을 애정하는 크로스피터들은 월, 화, 수, 목, 금, 토 이렇게 총 6일을 연달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토요일 WOD는 다음날이 쉬는 날이기 때문에 조금 더 하드한 구성이 된다. 횟수가 많든 시간이 길든.. 아무튼 그렇다.
나 같은 보통의 사람은 월요일 ~ 금요일까지 빠지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보통 주중 하루 정도는 가벼운 성격의 WOD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월, 화요일에는 주말에 쉬고 왔으니 주초에는 하드하게 하고, 금요일에는 주말에 운동 안 할 사람들을 배려(?)해서 조금 더 하드하게 구성하는 흐름 같다. 그래서 만만한 것이 수요일 정도다. 그렇다고 이게 딱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오늘 WOD가 딱 쉬어가는 정도 느낌이었다. 보통 이런 WOD를 '컨디셔닝(conditioning)'이라고 부른다.
1. 박스 점프(Box Jump, 상자 뛰어오르기)
2. 케틀벨 스윙(Kettlebell Swing, 케틀벨 스윙으로 머리 위로 올리기)
3. 싯업(Sit-up, 뒤로 누웠다가 앉기)
4. 케틀벨 스모 데드하이풀(Kettlebell Sumo Deadlift High Pull, 케틀벨을 양손으로 턱까지 올리기)
5. 리버스 버피(Reverse Burpee, 뒤로 누웠다가 앞으로 일어나기)
6. 휴식
위 동작들을 40초 수행하고, 20초를 쉰다. 1번 ~ 6번까지가 1R로 해서 총 3R 수행.
이게 오늘 수행한 컨디셔닝 성격의 WOD 다. 웃음끼 없는 명랑운동회.
이런 WOD프로그램에 약간 양념을 치면 명랑 운동회가 된다.
컨디셔닝 데이에는 오전반이 원하는 종목을 추천받아서 맞춤형 WOD를 만들고, 팀을 나눠서 경쟁을 한다. 운동보다는 재미 위주로 구성한다지만 이것들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체육관에 있는 짐볼(Gym Ball)을 호피티처럼 타고 끝에서 끝까지 갔다 오는 것이다. 이거 말이 쉽지 한 번 해보면 확실한 허벅지 운동이 된다.
"러닝 + 거꾸로 줄넘기"도 있다.
몸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데, 줄넘기는 거꾸로 돌려야 한다. 한 번 해보면 두뇌와 신체의 부조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줄넘기로는 다양한 응용동작이 많다. 2인이 한 줄넘기로 1단 뛰기, 2단 줄넘기 빠르게 한 뒤 러닝 등 줄넘기는 참 응용의 폭이 크다. 줄넘기뿐만 아니라 익숙했던 종목을 거꾸로 혹은 반대로 하면 다양한 몸개그를 눈앞에서 직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버피(Burpee)와 멀리뛰기(Broad Jump)도 한다.
우선 버피를 한 뒤 최대한 멀리 뛰어서 갔다가 돌아오는 것인데, 하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이 동작은 누웠다가 일어나서 멀리 뛰어야 하니 그야말로 전신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은 즉, 운동량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명랑운동회 종목으로 딱이다.
그 외에도 인터벌 러닝, 푸시업, 싯업 등도 있다.
응용버전으로 인터벌 호피티를 하게 되면 그날은 명랑이 아닌 게 된다. 팀 별로 임무를 수행한 뒤 터치를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횟수를 많이 하거나, 정해진 횟수를 채우는 식으로 경쟁이 된다. 크로스핏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얼굴에는 웃음인데 경쟁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또 진지해진다. 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웃으면서 간간이 나오는 몸개그를 감상하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명랑 운동회'가 맞다.
크로스핏은 자체가 고강도의 인터벌 운동이다.
강도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기능적 움직임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매번 힘만 들어서는 오늘날 크로스핏의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운동을 해오던 사람이나 그렇지 않던 사람이나 매번 반복되는 운동패턴에는 쉽게 지겨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쭌코의 오전반에는 명랑 운동회가 있다.
힘든 운동이지만 오전반 멤버들은 중간에 쉬어가는 포인트로 명랑운동회를 즐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날 운동을 쉬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하던 종목이나 원하는 종목으로 승부를 불태워본다. 그러다가 나오는 몸개그는 덤. 그래야 진정한 명랑 운동회가 아니겠는가. 운동은 고강도, 분위기는 예능
이래서 쭌코의 오전반에는 '명랑'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