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 7
내가 용수라면 어땠을까? 십여 년 동안 연락하지 않던 엄마가 목돈을 건네면 좋아라 덥석 받아 버릴까?
“그 돈 뒤에 무슨 꿍꿍이가 있지는 않을까? 엄마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그래서 그 돌봄의 노동을 나에게 기대하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스칠 게 분명해 보였다.
나는 이모에게 용수가 그 돈을 받고 나면, 다음에는 어떡할 생각이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냥 손주 얼굴도 보고 싶고 며느리 용돈도 주고 싶고 그런 거지. 바라는 건 없어.”
이모는 주변의 노인들처럼 자기 자식, 손주와 오순도순 지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너니까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다른 할머니들이랑 사귀질 못해. 노인네들 만나면 다들 자식 자랑, 손주 자랑인데. 꾸며서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꾸 거짓말하다 보면 나도 헛갈려.”
이모는 씁쓸하게 말했다.
이혼한 게 뭐 그리 큰 과오도 아니고 그럴 것까지 뭐 있냐고, 나는 그냥 ‘남편은 죽었다’고 말하면 되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모는 안 그래도 꼭 필요할 때를 대비해 ‘거짓의 큰 틀’은 만들어 놓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외아들은 일 때문에 해외에 가 있어서 자주는 못 본다. 남편은 몇 년 전에 죽었다.’
이것이 이모가 구축해 놓은 평화로운 거짓 세상이었다. 간혹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보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지만 말이 길어지면 들통나기 마련이라, 이모는 매번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입을 막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 사귀는 걸 피하게 되고 혼자가 편해졌다고 이모는 중얼대듯 말했다.
“말 많은 여편네들이랑 싸돌아다녀봐야 돈만 쓰지.”
열심히 변명하는 이모의 목소리가 공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