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 6
결국 이모의 부탁대로 나는 용수에게 연락했다.
엄청난 소심쟁이인 나는 무턱대고 전화부터 하기보다 문자를 택했다.
‘이게 몇십 년 만인지, 그동안 잘 지냈는지, 우리 가족은 이렇게 저렇게 지내는데, 너는 어떤지.’
이런 내용을 지웠다 썼다 반복하며 너무 길지 않은 문자를 전했다.
그러나 그렇게 고민해 보낸 문자였음에도 용수로부터의 답은 없었다. 그리고 이모는 그날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답신이 오는 대로 바로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이모의 머릿속은 용수밖에 없었고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옥이 이모’라고 전화기에 이름이 뜰 때마다 받을까 말까 고민이 됐다. ‘안 받았으면 또 수십 개의 문자를 날리겠지’ 생각하니 머리도 지끈댔다. 내가 왜 이런 참견을 했을까 후회막심이었다.
결국 이모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엄포를 날리며, 나는 용수에게 두 번째 문자를 보냈다. 안부며 인사며 이런 건 다 생략하고 다짜고짜 용건만 전하는 건조한 내용이었다.
‘용수야. 너네 엄마가 돈을 좀 보내고 싶다고 하신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계좌번호 알려드려라.’
이모의 번호를 남겼으니 이제 용수로부터 연락받을 내 책임은 벗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모는 ‘문자가 오지 않는다. 전화도 오지 않는다.’는 시시각각 원치 않는 보고를 너무나 성실히 수행했다.
급기야 이모는 동네 휴대폰 가게에 들어가 혹시 전화기가 잘못된 건 아닌지 점검까지 받았다고 했다. 통신회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문자가 안 온다고 하소연도 했다고 했다.
나는 이제 이모의 강박에는 익숙해져서인지, 아무런 대답 없는 용수가 원망스러워졌다. 정말 이모 말대로 돈도 싫은 건지, 나로서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