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폰을 들여다본다. SNS도 유튜브도 아닌 노트를 먼저 연다. 잠이 덜깨서 실눈을 뜬채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적어본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을 하는 동안 잠은 저멀리 달아나버렸다.
저번주에 일어난 몇 가지의 일들로 인해 어젯밤까지만 해도 마음이 내내 혼란스러워서 며칠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잠들기 직전에 몇 시간동안 이어진 지인과의 전화통화 덕분에마음이 많이 누구러졌다. '전 언제나 통화가능입니다.'라며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내준 그녀. 함께 대화를 나눈 그 시간이 내게는 오롯한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가 샘솟는다. 눈을 뜨자마자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빨리 사무실로 가서 책상에 앉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는 일이 습관이고 일상이구나, 온전히 일에만 집중된 삶을 살고 있구나라고.
이게 진정 건강한 삶인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물음표가 붙긴 하지만, 지금은 나 이외에는 집중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일이 내게는 단순한 노동의 의미가 아니라, 자아실현과 창조적 삶의 과정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에 나름 건강한 삶이라 자부해본다. 어쩌면 정신승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잠이 다 달아나버렸으니, 내 사랑 쮸쮸와 식물들을 돌본 후에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그나저나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준다더니, 나이 한 살 더 먹은 티를 이렇게 내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