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부지ㅋ 도심 한복판에서, 집 마당에서 양봉이라니요..!! 자신의 40년 전 모습을 재현해봤다며, 가족단톡방에 보내온 사진. 진짜 엄청 부지런하고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가 아닐까 싶다. 나도 열정부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우리 아빠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자식 교육때문에 농사를 접고 시골에서 도심으로 이사를 나온 이래 지금껏 30년이 넘는 세월을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도 열정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주말이면 등산으로 정복하지 않은 국내의 산이 없을 정도이며, 그 긴세월 내내 아침저녁으론 부지런히 마당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었다. 손재주도 좋아서 뭘 보기만 하면 한눈에 스캔해서 집안에 필요한 것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빠는 직장생활 이외의 시간을 빈틈없이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 내가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며 산 세월 역시 오래다보니 아빠의 삶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이외에 것들을 그렇게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내긴 쉽지 않았을텐데, 아무래도 보통의 열정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며칠 간 사무실에 물난리도 겪고, 확정되었던 서예퍼포먼스도 취소되면서 우울감으로 인해 5일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채 칩거와 와식생활을 이어왔다. 지난 4월 말에 잠정 중단된 사업에 이어 이번 일까지 -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 매출 2천만원 이상의 일들이 한순간에 공중분해되고 보니, 기운이 쭉 빠져버려서 의욕이 상실되다 못해 아예 모든 것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이젠 더이상 누워있기가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프고, 해야하는 일들도 잔뜩이라 정신을 차려볼까 싶어서 밀린 메시지와 메일을 확인하다가 가족 단톡방을 들여다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빠의 삶에도 힘든 일들이 참 많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평정심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모습에 문득 부끄러움이 일었다.
우리 부모님은 워낙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서 학력도 높지 않고 멋진 직업을 가지지도 못했다. 자식 셋을 키우는 동안도 넉넉한 환경은 아니라서 다른 집들처럼 자식들에게 물질적 풍요로움을 안겨주지도 못했다. 심지어 가부장적이고 술을 즐기는 아빠로 인해 집안은 조용할 날이 별로 없었기에 어려서는 그런 우리집이 너무 싫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부모님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셨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시고 안겨주셨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빠는 성실함과 열정으로, 엄마는 현명함과 지혜로 삶을 사셨고 그 모습은 자연스레 자식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아빠 나이 64세, 엄마는 62세로 아직은 젊으시니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큰 울타리가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님의 삶을 반추하고 보니, 곧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지만 여전히 투정이 많고 나약함과 부족함 투성이인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럽고 작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며칠씩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닌데 말이다. 몇 달 남지 않은 30대를 어영부영 허송세월 보내듯 살아버리면 시간이 지나 분명 후회만이 남을텐데,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지. 그래, 부모님을 생각하며 정신을 차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