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더 바짝 세워 부디 견뎌내기를
이 추위에도 넌 참으로 꿋꿋하구나. 사무실 건물 현관 맞은 편에 있는 창가, 실내지만 실내같지 않은 곳이다. 온도가 높아봐야 고작 0~3도 정도이지 싶다. 냉장고나 다름없는 추위 속에서 철도 모른채 피어있는 모습이 아련하다.
철없는 건 마음속에 어린애가 들어앉아 있는 나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여서 그런지 괜히 마음이 쓰인다. 하루에 고작해야 서너시간, 불투명한 벽 너머로 드는 빛이 주는 온기를 쫒아 고개를 바짝 세우고 있는 자태가 애잔하다.
그 모습은 마치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살아내고 있는 나, 그리고 다른 수많은 이들의 삶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가 않는다.
생각없이 화장실을 들낙거리다가 마주한 그 모습이 눈에 밟혀 해가 지기 전에 카메라를 들었다. 손길이라도 뻣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나의 친절로 인해 간신히 모습을 드러낸 분홍빛 얼굴이 생기를 잃을까봐 마음을 접었다.
렌즈에 담아온 그 모습을 찬찬히 살피다가 짧막한 글이라도 써야겠다 싶어 브런치를 열었는데, 이 녀석을 본 이후로 마음이 센치해졌는지 괜히 이렇게 감정이입을 시전하고 있는 중이다.
지하라 빛이 들지 않아서 식물을 들여놓기만 하면 금새 시들어서 죽어버리는 걸 알기에 차마 옮기지도 못한채 집에 들어와 그런지 마음이 영 불편하다. 오늘밤 부디 이 추위를 잘 견뎌내고 내일도 무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