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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Jun 09. 2019

새 친구들을 데려왔다

집에 초록 친구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요즘

- 사진 속 공간은 사무실, 아직 집으로 데려가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아빠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있는 식물들을 돌봤다. 회사생활로 피곤할 법도 한데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굳이 잡초까지 뽑고 출근을 하는 아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간혹 얼큰하게 술을 드시고 온 날에는 밤이 늦도록 마당에 앉아 꽃과 나무들을 감상하기도 하셨는데, 꼭 그렇게 나까지 불러내어 관심도 없는 식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알려주곤 하셨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 요즘엔 아빠의 그 마음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사춘기 시절, 아빠하곤 말 한마디 섞지 않으려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야속했을까. 어쩌면 아빠는 매일 아침, 마당에 있는 식물들을 돌보면서 가족에게서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을 달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혹은 늦은 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힘든 일들과 지친 마음을 불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꽃과 나무들에게 위로받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이를 먹어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에서의 경험들이 늘어갈수록 부모님들이 느꼈을 그 감정들이 무엇이었을지 조금씩이나마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경험은 아직이기에 부모님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거나 이해하는 것은 지금은 불가능하다.


다만 왜 그렇게 마당을 초록으로 가득 채우고, 거실까지 많은 수의 화분들이 점령하게 됐는지는 오히려 지금의 내가 혼자이기에 공감하는 부분도 큰 것 같다. 살면서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느꼈을 삶의 고독함과 공허함을 이 초록 식물들이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채워줬던 게 아니었을까.


나는 어쩌면 부모님을 핑계삼아 이 초록 친구들이 점점 늘어가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이 초록 친구들 덕분에 고독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지친 마음을 잎새 한 장만큼이라도 위로받고 있다고 말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일이 조금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 친구들이 주는 낙은 그 이상이라 숫자가 점점 더 늘어만 가는 것 같다. 이것도 하나의 중독이려나, 초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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