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이 아이들처럼 내 삶도 자연스러워지자 마음을 먹었었다.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 내며 애쓰며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고단함이 내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조금만 힘을 빼고 살아. 일도 너 자신도."라는 충고를 할 정도로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내 일상이 다른 사람 눈에도 다 보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힘의 무게에 짓눌린 스스로를 외면한 채 살아왔다.
그러던 중 작년 이른 봄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직원이 선물한 흑동백 화분 하나에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나로 시작한 화분은 1년 새 그 개수와 종류가 아주 다양해졌다. 그렇게 하나둘 늘어난 초록 아이들을 돌보고 가꾸다 보니, 이 작은 화분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고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초록색 식물들과 한 공간에서 공존하며 자연스럽게 받게 된 몸과 마음의 치유였다. 그저 때에 맞춰서 물을 줬을 뿐인데, 이 녀석들은 일상의 고단함으로 지친 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생육환경을 공부하면서 말 못 하는 식물이지만 각자의 생마다 나름의 세계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물을 주고 가꾸는 것이 고단하기도 하지만, 그건 곧 나를 돌보는 일! ⓒ변희정
분갈이해서 뿌리내릴 환경을 바꿔주거나 가지치기로 수형을 잡아주는 등 때때로 식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생에 마음대로 개입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참견에 콧방귀라도 뀌듯 그들은 이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자연스레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내놓거나 꽃을 피웠다.
그러한 과정을 1년여간 지켜보면서 내 삶의 여정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됐고 더불어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힘이 잔뜩 들어가 그 고단함으로 인해 스스로를 짓눌렀던 과거와 달리, 이 식물들이 커가는 과정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리라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 창으로 드는 햇살을 가만히 받고 있는 이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최근 두 달여간의 내 생활은 올 초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식물이 자연스럽게 커가듯 내 삶도 자연스럽게 나아가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하지만 초록이들과 공존을 하는 동안 '너 자연스럽게 사는 것 맞아?'라는 피드백을 이 녀석들이 꾸준히 해줄 것만 같아서 뭔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