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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re Sep 11. 2019

[남자의요가] 호흡이 준비운동

의식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곳까지 

요가는 호흡이 준비운동

 요가 수업의 시작은 이완이다. 요가매트를 깔고 그 자리에 그대로 눕고 약 5~10분간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다. 이완하는 과정이다. 경직된 근육을 풀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동 전에 하는 것은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이지만, 요가의 준비운동 이완과 호흡이다. 그냥 누워만 있는 것이 어떻게 준비운동이 되겠냐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누워만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호흡’이다. 몸은 최대한 편하게 있고, 호흡으로 몸의 깨운다. 깊은 호흡으로 몸에 있는 조직과 내 몸의 상태를 스캔하는 작업이다.

“깊은 호흡으로 코로 들여 마시고 그 호흡이 골반까지 깊게 넣으세요. 다시 한번 깊은 호흡으로 호흡을 발끝까지 가져가세요. 그리고 손끝까지 보내세요.”

 이것이 무슨 말인가. 호흡이란, 공기를 폐로 보내고, 폐로 전달된 산소와 질소 혼합기체는 에너지로 바뀌어 혈액으로 공급되는 작용인데 호흡이 어떻게 골반과 손끝으로 가는 것인가. 심지어 완성된 문장도 아닌 비문이다. 이런 이상한 것들이 이상하지 않은 게 요가다.
호흡으로 나를 느끼고 내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이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내 몸의 일부를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상과 공상의 과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깊은 호흡으로 폐에 공기를 가득 담으면 갈비뼈 사이가 늘어난다. 명치가 벌어진다. 그렇게 뼈와 뼈 사이의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의식으로 불가능 것을  호흡을 이용해서 할 수 있다. 그렇게 등과 복부를 늘리는 일도 호흡으로 한다. 이것이 깊은 호흡으로 하는 준비운동이다.



'의식을 가져간다'의 뜻은?

“의식을 발끝으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발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여 봅니다. 먼저 모든 발가락을 들고, 먼저 엄지발가락을 내려놓습니다. 다른 발가락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새끼발가락을 바닥에 놓습니다. 나머지 발가락은 아직 놓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발가락을 내려놓습니다. 그렇게 발가락에 의식을 가져갑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렇게 상상하란 것인가?. 선생님이 말을 하는 동안 난 내 발가락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발과 발가락은 내 생각대로 움직일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의식을 하고 노력을 해도 불가능해 보였다. 선생님의 실언으로 결론 지려 했지만 시범을 보인 선생님의 말은 사실이기도 했다. 선생님의 발가락은 그렇게 움직였다.  수업이 끝나고 한동안 난 내 발가락을 움직여 보려 노력했다. 멀리 나의 모습을 본 사람은 가만히 서서 발가락만 쳐다보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머리에서 발가락을 끊임없이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발은 그 신호를 받을 생각이 아니 받지 못한 듯했다.

 수업이 끝나고도 한참을 그 이상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그 발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이해했다. 우선 발가락을 최대한 넓게 벌리고 엄지발가락을 살짝 왼쪽으로 돌려 내리고, 새끼발가락을 오른쪽으로 돌려 내리면 가운데 발가락은 자연스럽게 중앙 있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3개 발가락을 내리면 널개 펼쳐진 발가락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게 뭐라고….. 한 번은 됐지만,  두 번째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또 안된다. 모든 신경과 생각을 발가락에 집중해야 가능했다. 그러니 의식을 발로 가져가라는 의미는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있게 정신을 집중하라는 뜻이고,  내 몸의 일부를 움직여야겠다. 평소에 의식하지 않으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다.


몸의 감각을 깨우는 과정

 무의식으로 이뤄지는 몸의 행동도 있지만, 집중해야만 가능한 행동도 있다. 모든 것이 내가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발의 모양과 정렬은 모든 동작의 기본이다. 단순히 서있는 것으로 정렬이 되고, 준비가 된 것이 아니다. 스탠딩 동작으로 시작하는 모든 것에 이 발과 발가락의 정렬이 우선 됐어야 했다. 기본적인 동작부터 시작해서 복합적인 동작까지, 손끝과 발끝, 등과 어깨, 목의 움직임과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게 요가인데, 발가락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면서 동작을 제대로 이해하고 완성했다 라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요가는 몸의 감각을 깨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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