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답변
글쓰기는 독백이 아니라 대화다. 가끔, 글쓰기에 관해 ‘말하듯 쓰라’는 조언을 들을 때가 있는데, 나는 ‘대화하듯 쓰라’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대화에서는 묻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다르지만, 글쓰기에서는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 글을 쓸 때, 우리의 내면은 ‘묻는 나’와 ‘답하는 나’로 분열한다. 내면의 분열이라고 하면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지킬과 하이드의 분열처럼,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매우 건강하고 긍정적인 현상이다. ‘묻는 나’와 ‘답하는 나’의 대화 속에서 우리의 정신은 성장한다.
글쓰기가 대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묻는 나’ 역할을 할 가상의 친구 한 명을 소개하겠다. 이 친구의 이름은 ‘빙봉’이다. 빙봉은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에서, 주인공 에밀리의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로 등장한 적 있다.
빙봉의 역할은 ‘질문하기’다. 빙봉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나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내가 할 일은 빙봉의 집요한 질문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는 것뿐이다. 그 답변들을 모으면 한 편의 글이 된다. 질문쟁이 빙봉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그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글을 쓸 수 있다.
빙봉 :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나 : 오늘 서점에서 책을 샀어.
빙봉 : 무슨 서점?
나 : 합정역 교보문고.
빙봉 : 무슨 책을 샀는데?
나 :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쓰기 책.
빙봉 : 왜 샀어?
나 : 얼마 전에 글쓰기를 강조하는 기사를 읽었거든.
빙봉 : 어떤(무슨) 기사?
나 :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40대에 접어든 졸업생 90%가 지금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는 기사.
오늘 서점에서 책을 샀다. (어떤 서점?) 그 서점은 합정역에 있는 교보문고였다. (어떤 책?) 오늘 산 책은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쓰기 책이었다. (왜?) 책을 산 이유는 얼마 전 글쓰기를 강조하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사?) 그 기사에서,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40대에 접어든 졸업생 90%가 지금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글쓰기라고 답했다.
빙봉은 계속 물었고, 나는 계속 답했을 뿐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질문이 숨어 있다. 질문은 무엇이 반복되어야 하고, 어떤 차이가 필요한지 결정한다. 질문이 다음 문장에 사용할 단어(개념)를 결정한다. 나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질문에다 연결 질문이라는 뻔한 이름을 붙였다. 한 문장을 쓰고, 연결 질문을 하면, 다음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연결 질문이 없이 문장을 연결하면, 돌부리에 발이 걸리는 느낌의 글이 된다. 반대로, 적절한 연결 질문을 사용한 문장은 질문을 글 속에 드러내지 않아도 매끄럽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