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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 Aug 01. 2022

과거의 하루 기록 (11)

2021년 07월 09일의 기록

"겨울"


일 년의 사계절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고 한다면, 하나의 망설임 없이 겨울을 고를 것이다. 물론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더위를 타는 내 체질을 생각해서 겨울이 쾌적한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겨울은 풍요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합한 계절이다. 기본적으로 날이 춥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산책을 나가게 된다면, 특히 새벽에 나간다고 했을 때 온 거리를 전세 낸 듯 여기저기를 홀로 돌아다닐 수 있다. 사람이랑 마주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겨울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시절인 것은 맞다. 그런데 의외로 또 혼자 보내면 제일 쓸쓸한 시기이기도 하다. 11월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금방 성당에서 대림 시기를 보낸 뒤, 성탄절을 맞이하면 일주일 뒤에 새해가 밝는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나의 저번 겨울이 유독 유난스럽긴 했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의 정신없던 시기이기는 했지만 주위 사람들 덕분에 올해 초까지도 굉장히 행복하게 보냈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내년 1월 1일은, 이번 겨울과 연말은 제법 쓸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은 일 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누구랑 보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기도 하다. 비록 올해는 분명 나 혼자 보내게 되겠지만, 앞으로의 겨울들은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그리고 지금, 2022년 8월 1일의 첨언


8월 1일. 글의 주제와는 거리가 많이 먼, 한여름 중의 날이다. 하물며 지금 태풍이 제주도 인근으로 상륙하여 전국적으로 폭우 주의보가 발령되어 있다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여름의 절정에 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8월 15일, 말복이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점차 가을이 다가와 다른 연도와 비교했을 때 유난히 덥고 긴 것 같던 올해의 여름도 지나갈 것이다.


어렸을 때는 여름이 싫었다. 땀 흘리는 것도 싫고, 벌레가 많은 것도 싫었다. 여름의 장점은 아이스크림을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돈을 알아서 사용하는 나이가 된 지금, 그런 정도로는 장점이 될 수 없었다. 이젠 내 맘대로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썩 별다른 매력이 없었던 탓인지 꽃이 얼룩덜룩하게 번지는 봄, 울긋불긋한 단풍이 드는 가을과 눈이 소복이 내려와 쌓이는 겨울에 비해 영 별로였다. 그래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여름도 충분히 매력적인 계절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매력적이지 않은 계절은 없다. 소중하지 않은 시간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모든 시간은 똑같이 소중하다. 그것이 내가 얻은 결론이다. 내가 만족하고 있다면 봄이어서 좋고, 여름이어서 좋지 않은 것은 없다. 봄이라 좋고, 여름이라 좋고 늘 좋은 것이 될 뿐이다. 살다 보니 그렇더라.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짚어보면 실은 전혀 그럴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오히려 사소한 계기를 바탕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일들이 분명 더 많다고 느낀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더 감사하면서 살아도 되겠다고 느낄 때도 많다. 화가 날 일이 아니라면, 괜히 불평불만을 늘어놓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


여름. 비록 덥기는 하지만, 모두가 쉬는 계절이기도 하다. 연령층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쉬어간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무더운 날씨 때문일까. 물론 무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점은 1년의 반이 지나게 되는 반환점이라는 사실에 있다. 누구나 앞만 보고 달릴 수는 있지만, 무작정 내달렸을 때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그에 대한 당연한 반작용이다. 누구나 쉴 틈은 필요하다. 사람은 생각보다 비효율적인 동력기관이라 충분한 휴식을 늘 섞어줘야 한다. 그 적기가 여름이 되는 것뿐이다. 


그러니, 쉴 때는 쉬자. 충분히 쉬도록 하자. 그래야 남은 반년도 열심히 달려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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