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간에서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같이 입사한 동기들의 학력을 보았다. 회사가 한창 잘 나갈 때여 그런지 학력들이 참 좋았다. 회사는 왜 학력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나 의문을 가졌다. 물론 학력은 중요한 평가지표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다 일까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 보니 알았다. 학력은 그저 성실한가 아닌가를 보는 태도의 한 지표였다는 것을.
나는 옳은 것을 옳다, 틀린 것을 틀리다 하며 팀장에게 할 말을 하곤 했다. 어떤 때는 싫은 소리를 크게 내어, 팀장에게 따로 혼난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 내가 팀장이 돼 보니, 태도 좋은 사람이 좋더라.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바른 태도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 잘 모르면, 가르치면 된다. 좀 느리면 시간을 가지고 익숙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태도는 쉽게 바뀌지가 않더라. 그래서 태도 좋은 사람을 채용시도 찾게 된다. 이건 가르쳐서 바뀌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데 태도가 좋은지 아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이는 계약직 기간 동안 좋다가, 정직원 되면서 변하는 사람도 있고. 팀원일 때는 좋다가 직책을 달더니 변하는 사람도 보았다. 윗사람에게는 잘하면서 아랫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의 사람도 흔하게 보았다.
태도란 무엇일까? 나는 자세라 생각한다. 내 주장이 항상 맞더라 생각하지 않는 자세. 그래서, 들을 줄 알고 바꿀 줄 아는 자세. 그리고 배울 수 있는 자세. 이게 나는 좋은 태도라 생각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따르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며, 나보다 높은 사람은 무조건 맞고 낮은 사람은 틀리다하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다.
대학 신입생, 신입 직원, 초보 아빠 등 처음일 때는 비교적 좋은 태도를 가지기 쉽다. 아는 게 없어서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4학년 대학년 선배, 15년 회사 선배, 팀장/부서장/임원, 중/고등학생 자녀 아빠가 되면 좋은 태도가 쉽지 않다. 내 생각이 많고, 옳고,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혹시나 성공/성취가 하나라도 있다면 더더욱 내가 정답이라 생각한다. 사실 누군가 보기엔 별 대단한 성취도 아닐 수도 있을 텐데..
그릇이 바르게 서 있으면, 혹시나 좀 느리더라도 그 안에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다. 내가 혹시 지금까지 채운 것들이 좀 남들보다 적더라도, 내 태도 그릇을 다시 옳게 놔 놓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안에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쌓여갈 것이다. 많은 생각들은 나이가 들 수록 바뀌어가고 변하고 있는데, 이 것 하나는 더 선명히 깨닫게 된다. 살면서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