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생각하는 동화 여덟 번째 이야기
초록 잔디 위에서 눈부신 아침을 상상하는 아이, 하루. 그리고 하루의 곁을 지키는 인공지능 로봇, 마루. 편리함이 일상이 된 시대에 둘은 늘 같았던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상이 뒤바뀌는 지진이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익숙한 규칙들이 하나둘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마루는 매뉴얼을 완벽히 알고 있지만, 세상은 매뉴얼 밖에서 움직입니다. 아이는 정답 대신 질문을 품게 되고, 로봇은 설명 대신 침묵을 배웁니다.
두 편씩 묶어 7회에 걸쳐 소개하는 이번 동화는 앞으로의 세상을 상상하며 작은 순간들로 이야기합니다.
참을 수 없던 몇 분, 손톱만 한 한 조각, 오래된 놀이 한 판, 그리고 말하지 못한 표정 하나. 그 사소함이 왜 자꾸 마음에 남는지, 12살의 시선으로 천천히 따라갑니다. 미래 재난이 소재이지만 ‘의존’과 ‘책임’,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기계는 언제나 정확했지만, 싸움과 결단, 그리고 ‘지는 법’은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반면 인간은 처음으로 로봇을 지키고자 하고, 서로의 존재만으로 위로를 얻습니다.
“이제, 아이와 로봇이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우리도 답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초록색 벌판에서 맨발로 뽀송뽀송한 잔디를 밟는다. 잔디는 기분 좋게 나의 발을 마사지하듯 간지럽힌다. 이제는 내 몸을 잔디 위로 살포시 눕힌다. 나를 향해 내리쬐는 햇빛이 눈을 시리게 하며 따스하게 몸을 비춘다.
이 느낌은 마치 푹신한 이불에 몸을 감싼 느낌이다. 이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데 갑자기 몸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누워 있지 못할 정도로 나를 밀쳐낸다. 쿵! 굉음과 함께 나는 땅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이제 나는 죽는 것일까?
눈이 떠진다.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내 방 안이다. 마루가 일어나 나를 쳐다본다.
“하루님, 무서운 꿈을 꾸셨나 봅니다. 꿈은 인간이 잠을 자고 있는 수면 중에 뇌의 일부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생깁니다. 기억이나 정보를 무작위로 자동재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 새벽 5시니, 다시 1시간 주무셔도 좋습니다”
마루는 언제나 나를 관찰해 주고 돌봐준다. 마루는 우리 집에서 부모님과 나를 챙겨주며 때로는 요리사, 선생님, 집사의 역할을 모두 감당한다.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어서 마루가 인간 3명을 돌봐주지만 부잣집은 인공지능로봇 1개당 1명을 집중적으로 돌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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