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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새로운 것을 갈망할까.

프레임 리터러시 :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우리는 왜 새로운 것을 갈망할까.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보다

처음 듣는 목소리, 처음 보는 색깔, 처음 마주한 결을 가진 사람에게

유독 마음이 먼저 가닿는다.

희귀한 존재에게 시선이 멈추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하루에 작은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새로운 생각이 스며들며

잠든 감각이 다시 깨어나기 때문이다.


전시도, 행사도, 홍보도, 기획도 모두 마찬가지다.

익숙한 형식은 편안하지만 금세 흐려지고,

새로운 시도는 불편하지만 오래 남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도, 기관도 끊임없이

“지금까지 없던 것”을 요구한다.


직장에서 전문가들과 시민, 관람객을 만날 때마다

늘 비슷한 질문을 건네받는다.


“다음엔 뭐가 나올까요?”

“이번에는 어떻게 새롭게 변하나요?”


때로는 그 질문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전시를 반복해도, 행사를 더해도, 홍보 문구를 바꿔도

사람들의 눈은 금세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안전하지만 지루해지고,

새로움은 불편하지만 오래 남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끝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인간의 오래된 본능, 현대 사회가 품은 불안,

그리고 ‘나’를 확장하고 싶은 욕망이 얽혀 있다.


1. 심리학 — 새로움을 추구하는 뇌의 본능

심리학자 클라니스 클로닝거는 인간에게

‘새로움 추구 성향(Novelty Seeking)’이 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자극을 발견하는 순간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동기를 끌어올리고,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도

늘 ‘또 다른 창문’을 찾는다.


2. 과학 — 예측을 벗어나는 순간 뇌는 깨어난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뇌는 끊임없이 세상을 예측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예측이 빗나가는 순간—

즉, ‘뜻밖의 새로운 것’이 등장할 때

뇌는 가장 강하게 활성화된다.

일상을 깨뜨리는 정보는 더 깊이 기록되고

기억 또한 더 오래 남는다.

우리가 새로운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 철학 — 우리는 ‘달라진 나’를 보기 위해 새로움을 찾는다

들뢰즈는 말한다.

“반복 속에서도 우리는 차이를 갈망한다.”

전시든 프로그램이든,

사람들이 진짜로 찾는 것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경험한 뒤 달라진 ‘나’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를 보며 묻는다.

“이걸 본 나는 조금 달라졌는가?”


새로움은 결국

‘변화된 나’를 확인하기 위한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움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보며 감탄하지만

그 새로운 것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잘 보지 않는다.


모든 혁신은 거대한 도약보다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작은 실험, 작은 시도, 작은 변화.

우리가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화려함 때문도, 유행 때문도 아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기 때문이다.


도시가 우리를 깨우고,

빛이 우리의 뇌를 흔들고,

공간이 우리 안에 숨은 감정을 끌어올리는 순간

우리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이번엔 어떻게 새롭게 변하나요?”


이 단 하나의 질문이

도시를, 기획을, 공간을,

그리고 우리의 감각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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