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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특별해

이가 빠지거나 충치가 생기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동화

“선생님 잇몸에 주사를 넣으실 건가요?”

“이 주사는 안 아프게 하는 주사예요. 처음엔 따끔하지만 이를 뺄 때에는 하나도 안 아파요”

“선생님 전 주사도 싫고, 이도 빼는 거 싫어요! 그냥 밥 먹다 이가 빠졌으면 좋겠어요”


치과 병원 어린이 진찰 침대에 누운 기찬이와 선생님이 실랑이를 하고 있어요.

기찬이는 왜 엄마가 오늘도 치과에 데려갔는지 너무 이해가 안 되네요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주사는 마치 긴 뱀 같아요. 형태는 바늘인데 저를 째려보는 뱀같이 보여요.

기찬이는 싫다고 싫다고 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입을 강제로 벌려서 주사를 억지로 맞았어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도네요.

그리고 몇 초 지났을까요. 선생님이 내 소중한 이를 뽑으셨어요.


다음날 학교 끝나고 엄마의 손을 잡고 또다시 치과에 갔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몰려오네요.

간호사님은 제 앞에 회색 빛 나는 쇠고리를 보여주며 엄마에게 말을 하셨어요.


"기찬이는 지금 어금니 쪽에 충치가 있어 치료가 필요해요. 더 이상 이가 썩지 않게 씌워줄 거고요. 의사 선생님이 이가 나오는 길을 만들기 위해 설명을 해 주실 거예요."

간호사 선생님과 엄마의 대화는 심각해 보여요.

이어서 의사 선생님이 자리에 앉으시고 엑스레이 화면을 보며 말씀하시네요.


"기찬이는 어금니 충치도 있지만, 지금 아랫니가 나오는 길을 유치들이 막고 있어요. 길을 내줘야 이가 예쁘게  나올 수 있어요"

"이가 잘 못나면 어떻게 되나요?" 엄마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선생님에게 다시 물어요.

"이가 잘 자라지 못한 상태여서 영구치가 나오게 되고, 구강구조가 나빠질 거예요"

기찬이는 저 쇠고리를 입안에 넣는다는 말 같아 끔찍해서 두 눈을 감고 목놓아 울 준비를 하네요

"싫어요! 싫어요! 저 이거 안 해요!." 어느 때보다 기찬이는 단호하게 말해요


사실 며칠 전 기찬이학교에서 이빨에 은 옷을 입힌 친구를 놀린 적이 있어요. 저 쇠고리를 입안에 하면 아마  친구들이 점심시간에 내 이를 보며 놀릴 거예요. 그건 기찬이의 인생에서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기찬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단호하게 말해요  " 싫어요!. 절대 안 해요!."


엄마는 한 달 후에 병원 일정을 의사 선생님과 상의한 후 기찬이의 손을 잡고 병원문을 나섰어요


그날 기찬이는 저녁 내내 엄마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들과 밥을 먹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이 입안의 쇠고리를 보고 놀릴 테니 절대 안 할 거라고 같은 이야기를 수십번 반복하네요. 잠자기 전, 기찬이는 머릿속이 복잡해 터질거 같아요. 결국 세상을 잃은 듯 울면서 잠이 듭니다.


"안녕 기찬아! 난 이빨 천사야!"

기찬이는 두 눈을 비비며 깜짝 놀라며 깹니다. "건치 요정이 새 이빨 준다고 들었는데 그 요정이야?"

"응 사람들은 나를 건치 요정이라고도 하고 천사라고도 해"


기찬이는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너무 헷갈리네요.


"기찬아, 내가 너를 건치 나라에 데려다주려고 왔어" 건치 요정은 손을 내밉니다

"건치 나라? 건강한 이빨만 나는 나라인가?" 기찬이는 건치 요정의 손을 잡네요


여기는 건치 나라. 뿌리만 남은 유치가 기찬이를 안아주네요.


"안녕 기찬이! 나야 너의 흔들리는 이빨. 새 이가 나오려고 내 뿌리를 녹이고 있어. "

"새 이가 너를 녹이는데 안 아파?" 기찬이는 놀라서 물어보네요.

"새 이와 나는 하나야. 내가 다 일을 하면 새 이빨이 나올 거야"

기찬이는 도대체 말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기찬이의 눈에 보인 건치 나라는 하얀 새 이빨만 많은 나라인 줄 알았어요

물론 새 이빨도 많지만 이 사이로 충치가 생겨 때움을 한 이빨, 뾰족 니, 머리 부분이 썩어 도려낸 반쪽이 등도 있네요.


"여기 건치 나라 맞아?" 기찬이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빨 천사는 " 응 맞아. 여기 이빨들은 다 치료받아서 건강해지고 서로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라며

"이 중 한 친구도 소중하지 않은 친구가 없어. 모두가 너무 특별해"라고 말합니다.


"정말?" 기찬이가 다시 한번 물어요

"맞아. 모두가 소중하기 때문에 서로서로 도우며 건강한 치아를 만드는 거야." 이빨 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네요.


"그럼 천국과 지옥처럼 충치 나라가 있어?" 기찬이가 또 물어봅니다.


이빨 천사는 기찬이를 바라보며  "그건 너희 마음과 행동에 달려 있어. 만약 네가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미워하면 충치 나라로 변할 수 있어"


순간 기찬이의 눈이 떠집니다. 깜짝 놀라 기찬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침대네요.

엄마는 학교에 갈 시간이라며 기찬이의 옷을 챙기며 말합니다.


"밥 먹고 이 잘 닦자!" 엄마는 이  닦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네요.

"알았어. 이 잘 닦을게" 기찬이는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기찬이가 어제와 달리 이 잘 닦는다고 하니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며 기찬이를 바라봅니다

창문에 들어오는 햇살도 마치 웃는 듯이 기찬이를 비춰주네요.


이빨들이 건강하게 나와 예쁜 이를 갖고 싶어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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