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각하는 동화 네 번째편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남의 문제일까요?
주말 아침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윗층에서 가구 이동하는 소리로 눈을 뜬 적은 없으신가요?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20,641건이던 층간소음 상담 건수는 2023년에는 36,435건으로 57%나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한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 건수는 11건에서 110건으로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접수된 민원 중 실제 소음 측정까지 이어진 경우는 고작 3.0%, 방문 상담과 측정이 모두 이뤄진 경우는 0.7%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갈등은 제대로 풀리지 못한 채 불만만 쌓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층간소음은 단순히 생활의 불편을 넘어서, 세대 간 갈등, 이웃 간 감정 마찰, 나아가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어른의 귀에는 그 소리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그것이 귀신이나 좀비처럼 ‘정체 모를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함께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층간소음도 단순히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낡은 주거 환경, 배려 부족, 그리고 공동체 의식의 부재가 얽힌 사회적 현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동화 속 주인공 소란이는 밤마다 들려오는 “위~잉”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소리는 좀비가 다가오는 신호 같고, 귀신이 문을 두드리는 듯합니다. 엄마가 “윗집 소리야”라고 말해도, 아이의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기도로, 그리고 친구들과의 모험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결국 발품을 팔아 소리의 근원을 찾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습니다. 그것은 귀신도, 좀비도 아닌, 낡은 아파트 수도관에서 나는 소리라는 사실을요. 두려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아이들의 불안은 사라지고, 이웃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동화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을 전하고자 합니다.
# 혼자 자기 힘든 밤
소란이는 오늘도 혼자 자기 힘들어 엄마를 불러요.
엄마는 소란이를 향해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요.
"엄마! 매일 이상한 소리가 들려
위~잉 소리도 들리고 따당! 따당! 소리도 들려. 혹시 귀신이나 좀비 있는 거 아냐?"
엄마는 소란이의 말에 오늘도 '또 시작이구나' 생각하고 귀찮은 듯 이야기해요
"위층 소리야! 걱정 안 해도 돼. 귀신이나 좀비는 없어! 어서 자자."
늘 듣는 말이지만 소란이는 불안해요.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고 기도해요.
"하나님, 제발 좀비나 귀신이 나타나지 않게 해 주세요.
엄마 아빠와 오래 살게 해 주시고, 제가 죽을 때까지 좀비 나타나지 않게 해 주세요"
최근 소란이가 좀비 영화나 만화를 많이 본 거는 사실이에요.
그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사람을 무는 좀비 모습이 소란이 머릿속에서는 잊히지가 않아요.
# 친구에게 말하다
오늘밤에는 꿈에서도 좀비가 기다리고 있어요. 소란이가 엘리베이터에서 5층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는 올라가다가 '쿵' 멈추더니 곧장 아래로 떨어져요. 그리고 그 앞으로 위~잉 소리를 내며 좀비들이 몰려와요.
좀비는 어기적어기적 계단을 올라 소란이 집을 두드리기도 하고, 창문에 매달려 문을 열려고 해요.
그때마다 소란이는 반쯤 잔 캔 상태에서 엄마를 부르며 손을 잡아요.
평소에 재밌어하는 미술시간이네요. 하지만 소란이는 자꾸 꿈이 생각나요.
자기도 모르게 단짝인 기찬이에게 무서운 좀비 꿈 이야기를 했어요.
"야! 너무 무서웠겠다!
맞장구치는 기찬이의 말이 답답해하는 소란이의 마음문을 좀 더 열리게 하네요.
"난 매일 위~잉 소리를 들어. 기찬아 너는 들리니?
"위~잉 소리 그게 뭐야?"
매일 듣는 위~잉 소리는 소란이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고 몸은 서늘한 바람이 스치듯 오싹해져요
하지만 같은 아파트이면서 바로 옆 동인 101동에서 사는 기찬이에게는 '위~잉' 소리가 들리지가 않는데요.
그럼 엄마가 말하는 층간 소음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요?
# 탐정단 결성
다음날 소란이는 학교에 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준수에게 '위~잉' 소리에 대해 물어보았어요.
준수는 103동에 사는데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대요.
소란이의 생각은 더욱더 또렷해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될 거 같아요.
아이들도 소란이네 '위~잉' 소리가 왜 나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소란이 반에 이 일을 해결할 만한 4명의 친구를 정했어요.
첫 번째 친구는 찬양이에요. 찬양이는 교회에 잘 다니고 성경책을 어렸을 때부터 보았대요.
그래서 귀신이 나타나면 믿음으로 내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란이네 집에 가는 날은 꼭 성경책을 가지고 가겠대요
두 번째 친구는 기찬이에요. 역시 태권도 검은띠 다운 늠름한 친구예요. 최근 발차기를 배워 귀신이 나타나면 발로 멋지게 한방 때리겠대요.
세 번째 친구는 민준이에요. 민준이는 늘 책을 읽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잘 설명해 줘요.
집에서 어린이 백과사전을 두 번 읽었대요. 정말 대단하죠! 저는 한 권도 제대로 못 읽었는데 말이죠!
네 번째 친구는 바로 저 소란이죠. 저는 이번 작전의 행동대장이에요.
말보다 행동이 더 빨라요. 소심하지만 나름대로 쿨해요.
학교 수업을 마친 후, 학원을 가기 전 아이들이 소란이네 집에 모였어요.
소란이 엄마의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서죠.
# 해물파전과 4층 할아버지
마침 엄마가 소란이를 부르고 예쁜 접시에 담은 해물 파전을 아래층 할아버지에게 드리라고 하네요.
지난주에 소란이가 너무 뛰어다녀 할아버지가 잠을 잘 못 주무셨다고 엘리베이터에서 말했나 봐요.
엄마는 죄송함을 느꼈는지 해물파전을 예쁘게 붙여 마음을 담아 드리고 싶대요.
소란이는 친구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탕! 탕! 탕!”
할아버지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탕! 탕! 탕!”
소란이네 집은 매일 맛있는 냄새가 나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느낌인데 할아버지 집은 냉장고 냄새가 나요.
왠지 차갑게 느껴져요.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데, 소란이의 손이 다시 내려가네요.
기찬이가 소란이 손을 잡고, 자기 등 뒤로 소란이를 보내요.
무서워하는 소란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요. 그런 기찬이의 모습이 너무나 용기 있어 보이고 멋있어요.
"탕! 탕! 탕!"
"딩동! 딩동!"
"탕! 탕! 탕!"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