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다시 수술실로

나한테 왜 이래..?

by 반짝반짝 작은별


수술보다 수술 후가 더 고통스러웠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목에 꽂혀있는 주사와 테이프 때문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해 목도 불편했고, 상체만 일으키면 구토감이 계속 몰려와 고통스러웠고, 무엇보다 복부와 복근을 절개한 수술이라 몸통을 움직이는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6인실이라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내는 소리에 다른 환자들이 불편할까 봐 조심스럽다 보니 피로가 자꾸 쌓여가는 것 같았다.


빨리 회복해서 목에 주사라도 뽑고 싶은데,

교수님은 나를 보러 올 때마다 뭔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고, 간호사선생님들은 두 시간마다 계속해서 내 상태를 체크하였다.

떨어지지 않는 열로 염증검사까지 하게 되었는데

(피를 3군데에서 뽑아야 한다고 했다.) 팔은 여기저기 이미 멍투성이라 발등에까지 주사를 맞아야 했다.(윽.. 발등은 진짜 아프다.)


수술자체는 잘 되었는데, 배에 구멍을 내서 꽂아놓은 호스로 고인 피가 나오지 않아(?) 재수술이 결정되었다.

교수님이 수술이라기보다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수술실에서 소독도 한번 더 하고 나오는 게 좋겠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교수님을 믿었기에 흔쾌히 "네"라는 대답은 했지만 막상 수술실에 다시 들어가려니 '이거 정말 못할 짓이다..'싶어 당시에는 정말 마음이 힘들었다.

양가 어른들은 다시 수술방에 들어가야 한다니 난리가 나셨지만 병문안도 오지 못하는 상황이니 나와 신랑을 믿고 기다려주셨다.(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경험치가 중요하다고 느낀 게 막상 두 번째 수술날이 되니 한번 해본 거라고 긴장감도 적었고, 더 편하게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었는데, 두 번째 수술이 끝나고 나서 교수님은 확실히 내 얼굴이 훨씬 좋아졌다며 교수님도 편해진 표정이셨다.


입원하기 전에는 '병원에서의 일상은 재미는 없어도 먹고 쉬고의 반복이니 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여러 가지 촬영과 검사로 시작해 밥 먹고 약 먹고, 체크받고 체크받고 밥 먹고 약 먹고 체크받고.. 어째 더 바빠진 느낌이었다.

뭐가 이리도 많이 들어가야 하는지 약을 주렁주렁 달고, 배에도 호스를 달고 다니니 움직이는 것도 불편한데 소변량을 체크해야 해서 (약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먹는 게 없어도 자꾸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수술 이후, 배에서 만져지던 덩어리의 검사결과는 좀 애매했는데 양성종양과 악성(암)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다고 했다.

믿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게 내가 끝을 바라보던 순간, 끝까지 피어올랐던 한줄기 긍정의 힘이 악성을 양성의 성질로 막아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긍정의 힘과 믿음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니까!


병원에서의 2주는 지루하고 피곤했지만 친절한 간호사선생님들과 교수님, 검사선생님 등 모든 의료진분들 덕분에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퇴원할 때쯤 느껴지는 면역력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몸에 잔뜩 걸치고 다니던 주사와 호스를 뺄 수 있는 건 너무 홀가분하고 시원한 일이었다.


PS. 드디어 씻는다!!!!(수술부위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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