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명 마법사, 아바타 강사
린치핀 아카데미에 강사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나는 2012년 공채 합격을 하고 몇 달간 실무 수습을 지원해서 연수원에서 근무를 했었다.
그때 에듀파인 강사를 하셨던 계장님을 보며 내부강사의 꿈을 키웠다.
잠시 잊었던 꿈이 생각나서 바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애스파 선배님들과 함께 노네임 강사단이 되었고, 붙박이별 독서 모임까지 지원했다.
여러 가지 핑계로 책과는 담쌓은 지가 벌써 몇 년,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니.
매일매일 미라클 모닝을 하고, 만보를 걷고 인증을 한다.
OO 선배님은 매일 3시 30분 기상해서 인증을 했다.
ㅁㅁ 선배님은 4시, △△ 선배님은 5시.
다들 그 시간에 부지런히 일어나 책을 보고, 운동을 하고, 강의를 들었다.
애 키우면서, 심지어 공무원들이. 그렇게 자기 계발에 심취해 있었다.
3P 바인더의 기본 골조는 주간 업무를 계획하고(예산) 실제로 수행 여부를 컬러 체크(결산)하는 방법으로 위클리 관리를 한다.
분홍색이 주 업무, 주황색이 보조업무, 파란색은 자기 계발, 연두색은 개인 용무, 보라색은 네트워크다.
분홍색과 연두색, 보라색이 주를 이루었던 바인더에 파란색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만보계 채팅방은 또 어떠한가.
매일 2만 보를 걸어서 별명이 '2만섭', '인천교행의 하정우'인 선배님을 필두로
모든 멤버들이 1만 보는 거뜬하게 찍고 인증을 했다.
비가 오는 날엔 1만 보를 찍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았다.
나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함께 걷기도 했다.
주말이면 지쳐서 잠자기 바빴던 평범한 아줌마가 프로 자기 계발러가 되고 있었다.
아, 아니다.
프로라기엔 아직도 갈 길이 머니 아마추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세미프로라고 해 두자.
그렇게 많은 것을 하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힘이 났다.
노네임 강사단의 강사들은 생각보다 더 고수들의 집합소였다.
난 3년 차 때 뭐 했지. 자기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 사람들을 만나려고 인천 교행에 왔나 보다.
지금도 서울에서 인천으로 교류해서 왔다고 인사를 건네면 다들 묻는다.
"서울이 더 좋은 데 아니에요? 왜 인천으로 왔어요?"
H선배님을 만나기 전에는
"아이 때문에요. 남편 직장도 인천이라서, 제가 옮기기로 해서 내려왔어요."라고 답했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한다.
강사단에 들어오려면 강사명을 정해야 하는데,
기존에 계속 써오던 지혜로운 별을 쓸까, 스텔라를 쓸까, 향기로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마법사'로 정했다.
라고 강사명을 정한 이유를 썼다.
강사명도 정했고, 아바타도 만들었는데,
강의는 뭘 해야 하지?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에이 모르겠다. 일단은 내공부터 쌓자!!!
패스트캠퍼스, 클래스 101, MKYU 등의 사이트에서 닥치는 대로 강의를 들었다.
돈도 엄청 썼다.
내공이 조금씩 쌓이자, 내 영역을 구축해 보고 싶어서 강사단 구성원에 대한 분석을 해봤다.
1. 프로듀서_H: 노네임강사단 단장. 자기 계발, 스마트워크툴 전문가. 이 분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아니다, 따라갈 수 없는 존재다. 이 분야는 불가능.
2. Joshua: 인천교행의 고인 물. 물품과 계약 전문가. 연수원에서도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리시는 워낙 유명한 분이라 나도 몇 번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3. 하늘바라기: 본청 급여 담당 주무관으로 강의를 잘한다고 급여 담당자들에게서 칭찬이 자자한 분이다. 나의 현재 업무는 급여가 아니어서 이것도 패스.
4. 차림: 급여, 발전기금 담당. 깔끔하게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강의도 차분하게 잘한다.
5. 어쩌다강_Sa: 공무원 급여 담당. 고경력자답게 강의 내공이 만만찮다.
6. VV55: 교육감소속근로자 급여 담당.
7. 헬퍼Q: 엑셀
8. His프로: 학교장터, 여비 등
9. 네모니: 업무관리시스템, 강사들 중에서 파워포인트를 가장 잘 다루고, 센스가 남다르다.
10. 트루: ppt 자료와 강의력이 가장 좋은 강사. 주로 학교장터, 나라장터 등을 한다.
대략 이 정도 분석을 하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였다.
학교회계 지출 분야로 강의 영역을 잡고 준비했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꼭 뜻대로, 하고자 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준비한 것과 다르게, 나의 첫 강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뜻도 없었던 영역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