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엠마는 도무지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었다.
계속 누워서 하염없이 어제의 일을 곱씹어 보고 또 곱씹어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명품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그녀를 노예로 집어삼켰을까?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핸드폰 화면에 손가락을 휙휙 이리저리 굴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엊그제 일요일 저녁 마구 잡이로 사들였던 쇼핑 품목들이었다.
엠마는 갑자기 너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나는 과연 그 여자에게 그렇게 말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엠마는 황급히 목록을 보고 취소가 가능한 항목들은 모조리 취소해버렸다. 그렇게 취소한다고 마음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지만 저당감정거래소에서에 일은 당분간 엠마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처럼 보였다.
힘든 몸을 겨우 이끌어 눈물트레이닝센터가 있는 지하철 입구에 도착한 엠마는 매일 아침마다 가는 커피숍에 바리스타 피터와 눈이 마주친 뒤, 그가 황급히 커피를 만들려고 하자 양손으로 커다랗게 엑스자 모양을 만들어 피터에게 몇 번이고 보여줬고 영문을 모르는 피터는 우선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해서 엠마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엠마는 커피와 바나나브레드도 없이 터덜터덜 아주 힘 없이 특수 눈물 처리부서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엠마는 평소와는 다르게 비교적 조용한 사무실 풍경이 낯설었다. 산더미 같은 서류들도 많이 줄어들었고 폐수처리장에서 다 가져갔는지 썩은 눈물 택배들도 싹 사라졌다. 평상시 같으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전화를 받던 동료들 모두 오늘은 삼삼오오 군데군데 모여 따뜻한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엠마는 도무지 저기 껴서 대화할 기분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자신의 자리에 앉아 커피 한잔도 없이 깍지 낀 양손을 턱에 괴었다 책상에 엎드려서 멍을 때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크리스가 엠마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퓨리를 불러 아주 시원한 물을 뽑아서 엠마에게 건네며 말했다. “엠마! 이거 한잔 시원하게 마셔요”
크리스의 목소리에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던 엠마는 겨우 몸을 억지로 일으켜 그녀가 건네는
액체 캡슐을 건네 받아 윗부분에 호~ 하고 한번 불어서 껍질을 벗긴 뒤 그대로 꿀꺽하며 한입에 마셨다. 아침에 커피도 못 마신 데다가 어젯밤까지 하도 많이 울어서 목이 많이 말랐었던 것 같다.
“크리스..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 입사한 이후로 일하기 싫다고 느낀 건 오늘이 처음인 거 같아요.”
“엠마.. 엠마 기분 충분히 이해해요. 그리고 어제 보니 엠마가 왜 공감 트레이닝 센터에서 그렇게 신망받는 인재인지 알 것 같았어요. 타인에 상황에 감정 이입하고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아니 어쩌면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 아픔까지 엠마가 대신 아파해 준다는걸 보고 말이죠.
오늘 기운이 없고 일하러 오기 싫은 것도 100% 이해해요. 그래도 sick-call 날리지 않고 이렇게 나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늘 가는 곳은 엠마가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는 곳이에요. 확신해요.”
오늘 가는 곳은 기운이 나는 곳이라는 크리스의 말이 다 믿기진 않았지만 그녀를 믿어 보기로 하고 엠마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띵 소리와 함께 크리스와 엠마는 3층 기체눈물연구소에 도착을 했다.
2층에 저당 감정 관리소와는 다르게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수 눈물 관리부서로 발령받은 이후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장소는 처음이라 엠마는 오히려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크리스, 여기는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라는 질문에 크리스가 답했다.
“이곳은 필요하다고 막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반드시 승인이 떨어져야만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네? 승인이라뇨? 어떤 승인이 필요하죠?
“사회 사업부에서 정신지체장애로 감정을 잘 몰라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사람들, 신체장애로 인해 일반인에 비해 많은 진료비가 드는 사람들, 할머니 혼자서 어린 손자 손녀들을 양육하시는 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을 해드리는 건 알고 있죠?”
“네 그럼요, 아주 잘 알고 있죠.”
“그런데 그 지원도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조건이 안 맞으면 수혜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영원하지는 않아요. 사회 사업부에서도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혜택을 드리려고 노력하는데 특정분들에게만 영원히 혜택이 간다면 신규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도와드리지 못하니까 사회 사업부 팀의 고충도 참 크다고 들었어요”
“어쨌든 가족이 아프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태에서 아이들만 할머님 손에 자란다거나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가족들이 사회 사업부에 지원을 받다가 일정기간이 지나게 되었는데도 그 힘든 상황들이 계속되어서 천문학적인 액수로 빚이 늘어가게 되는 상황에서 사회 사업부 판단하에 이곳에 와서 기체 눈물을 조회해 볼 수 있게 돼요”
“기체 눈물요? 액체가 아니고요?”
“바로 들었어요! 액체가 아니고 기체예요! 기체 눈물은 나의 어려운 상황과 어려움 고난을 타인이 전적으로 이해하고 진심을 다해서 울었을 때 니블의 센서가 그 눈물을 받아 기체 화해서 그 대상자의 니블에게 공중으로 전송해요. 하지만 기체 눈물을 전송받았다고 해서 그것에 대한 값이 계좌에 입력되지는 않아요. 눈물 트레이닝 센터와 그 두 사람의 니블 만이 기록을 남겨두고 있죠. 만약 이걸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아무 때나 조회해볼 수 있게 하면 서로를 위해서 울어주자고 악마의 눈물 계획을 짠다거나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상황이 극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니블은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섬세하고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네요. 눈물을 기체화 할 수 있다니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에요”
그때 기체 눈물 거래소에 한 여자가 들어와 처음 와보는 곳에 낯설어하며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반쯤은 백발이 되어가고 미용실을 마지막으로 간 건 1년도 넘었을 것 같은 여자의 머리, 다 낡은 구두와 가방,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들어 온 여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여기가 바로 기체 눈물 거래소인가요?”
크리스는 상냥하게 그렇다고 말하면서 차를 준비하러 갔고 엠마는 여자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앉으라고 했다. 그런데 묘하게 익숙한 그녀의 얼굴,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많이 상했지만 엠마는 그녀가 누군지 정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
“머들! 혹시 머들 아주머니 아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