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단톡방에서 기쁜 소식이 울려 퍼졌습니다. 한국 최초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죠. 우리 회원들은 다양한 이모티콘과 함께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고, 축하 메시지가 넘쳐났습니다. 허나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조용했습니다. 전쟁으로 사람이 죽고 있는 상황에서 잔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한 언론사 기사에 따르면 예전에 작가님은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 세계에서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천천히, 더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늘 깊고 조심스럽게 본질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강의 문학을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때, 죽음, 폭력, 상처라는 주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말합니다. '채식주의자'부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그녀의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섬세하게 담아내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서 작가님을 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녀는 언제나 한결같았습니다.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도 그렇죠.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면서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을 혁신했다는 평가까지 받았죠. 전 세계 독자들이 이 특별한 문체와 서사에 매료된 것입니다.
예전 독서모임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며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역사의 아픔을 공감하게 하고,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애도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습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이별이라는 주제를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죠.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 작별하지 않겠다. "로 이어지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한강의 문장은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전에도 노벨상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노벨상은 수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글 번역의 장벽 때문에 노벨문학상만큼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수년 전 작가님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을 때도 번역가의 역할에 대해 조명이 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우리말과 글의 특징을 잘 포착해서 그 감정과 감동을 전달한 것 같아 기쁩니다. 모국어로 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누릴 수 있다는 경험의 기쁨을 표현한 우리 총무님 말씀처럼 이는 축복이고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한강 작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1인당 독서량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반등하고, 출판업계가 다시 부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독서동호회도 활성화되었으면 하고요. 이번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며 독서동호회에서는 '인생 책을 추천해 주세요'라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서로 추천하고 나눔으로써 우리도 한강작가님처럼 좀 더 깊이 있는 삶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저는 한국작가 중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최근 장편소설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하셨죠. 집에 싸인본 책도 다섯 권이나 있어요. 그녀의 글은 '무심한 따뜻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듯하지만 그 안에 묻어나는 따뜻함이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듭니다.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스치듯 포착하는데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결들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도 언젠가 좋은 번역을 통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길 바랍니다.
이번 주말이 기다려지네요. 한강과 김애란, 김영하 작가 등 한국 작가의 소설을 깊이 있게 다시 읽고, 작가의 세계를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하며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에 답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