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지한 샤인 Jan 31. 2024

엄마의 북스타그램 도전의 시작

그래서 정해진 계정명은요?



새벽 3시 12분. 당시 둘째가 10개월 됐나… 애애앵 우는 소리에 반쯤 졸면서 브레짜 이모님이 주시는 분유를 아가에게 겨우 주고 다시 잠을 청했다. ‘이런… 잠이 깨버렸네? 항상 이게 문제야.’ 핸드폰으로 아기 이유식을검색하려고 인스타그램을 슥슥 넘기면서 보던 와중 눈에 뜨인 피드 문구 



책 읽고, 인스타로 학원비 벌자!



다독가는 아니어도 20대 후반부터 독서에 취미를 붙였던 나는 ‘책을 읽으며 돈을 번다구?’ 갸우뚱했지만 그 게시물이 묘하게 끌렸고 기억에 남아 다음날 아침 다시 꺼내봤다. 당시는 북스타그램이라는 용어도 알지 못할 때였는데 인생의 터닝포인트, 엄마성장, 흑백 영화 같던 인생이 알록달록 해집니다! 라는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늦둥이 둘째를 키우면서 그 작고 퉁퉁한 발이며 빛나는 눈망울, 앙증맞은 입술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차오르게 사랑스러웠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무너져버린 생활패턴. 끝도없이 빠지는 머리카락 손목발목 등허리 안아픈 곳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의 광고 이야기대로 그 시절 내 인생자체는 칙칙한 흑백시절이었다. 둘째를 보는 건 힘든데 그만큼 첫째는 더 못 챙기고 있다는 죄책감. 그리고 5년 전쯤 내가 퇴직을 해서 외벌이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에게도 표현은 못했지만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신청해 볼까?’ 강의 들을 시간이 날지 안 날 지도 확실치 않았지만 녹화본을 제공해 주신다는 내용이 있어 아싸뵹 하며 하루정도 고민을 하다가 딸깍 마우스를 눌러 신청했다. 신청해 놓고도 이거 또 시간낭비 돈낭비 하는 거 아닌가 마음 한편에 부담감이 있었다. 수업은 줌으로 진행되었고, 둘째를 아기띠로 안고 보느라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강의 끝부분은 첫째가 숙제를 물어보는 바람에 결국 다 보지도 못했다.

‘하아… 뭘 해도 쉽지 않네.’ 엄마가 무엇을 도전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걷다가 뛰어가는 행위인데  길은 평지 일 때가 없다. 오르막길이거나 눈길이거나 가다가 지진이 나거나… 


결국에 북스타그램 계정 못 만드나? 또 실패인가?



천성이 몸속에 게으른 영감이 있어 미루고 미루는 스타일이지만 그때 무슨 기운이 나를 휩쓴건지 강의 듣고 이틀 후 바로 실천에 옮겨 망고보드라는 프로그램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며 자료를 만들고 글을 썼다. 처음엔 내가 그 당시 내가 가장 관심 있었던 돌쟁이 아이에게 먹이면 안 되는 음식이라는 정보를 카드뉴스로 만들었다. 원래 내가 책을 올리고 있던 계정에 공유 버튼을 누르고 난 후 마음이 쿵쾅쿵쾅 뛰었다. 반응은 어땠을까? 하루 동안 좋아요 12개 댓글 2개가 달렸다. 거의 없다시피 한 초라한 반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당시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뭐랄까...정보를 주는 인사이트를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갑자기 전문가가 되었다는 착각. 나의 입꼬리는 하루종일 올라가 있었고 성취감에 취해 있었다. 카드뉴스 만드느라 덜 자서 피곤했지만 견딜만했고 다음에 또 어떤 걸 만들까 뇌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계정명은? 처음엔 태양보단 달을 좋아했던 나는 참외달, 그다음 이름은 내 고등학교 때 별명이었던 다이애나, 최종적으로는 지금 계정명인 샤인이 되었다. 흑백이었던 내 일상 그리고 나 자신을 빛나게. 또 나 같은 비슷한 시기에 있는 사람들도 밝은 곳으로 부르고 싶었다. 아직은 빛이 좀 약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발광할꺼 같은 기미가 보인다. 그렇게 믿어야 그런날이 진짜 온다고 책에서 그러길래 그렇게 믿어보고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