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차다 새삼 깨닫다

by 샤인웨이


수요일 밤 괜스레 설렜다. 다음 날 공 차는 약속이 잡혀서다. 평일 밤 축구라니. 코로나 시국에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만에 큰 구장 경긴가. 11대11 경기가 가능한 홈 구장을 얻었지만, 올해 경기는 딱 한 번 열렸다. 그 놈의 코로나 탓에 4월까지 교문이 굳게 잠겨서다. 다행히도 얼마 전 조기축구 아저씨들의 입장이 허락됐다. 난 못 갔다. 하필 회사 근무가 겹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가만히 생각하니 큰 구장을 뛰는 건 올해 처음이다. 가슴이 나대는 이유가 있었구나. 잠 들기 전 유니폼과 장비를 챙겨뒀다. 퇴근하자마자 짐 들고 운동장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혼자 호들갑 떨 때면 갑자기 머리를 치는 생각 하나가 있다. '제대로 뛸 수나 있을까. 민폐 끼치면 안 되는데….' 두근거림이 불안감으로 바뀐다. 오랜만에 공 차는 기대가 큰 만큼, 감정 변화도 드라마틱하다.


역시나였다. 상대는 강했다. 허우적대다 보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공과 사람을 놓치기 일쑤였고, 공 차면 내 바람과는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골대 앞에서 공 끌다가 빼앗겨 골도 헌납했다. 이런 건 자살 어시스트라고 불러야 하나.


새삼 깨닫는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방법은 하나다. 얼마 없던 체력과 실력을 되찾기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일단 양손에 잡히는 뱃살부터 좀 어떻게 하자. 공이 배인지 배가 공인지 모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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