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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Sep 11. 2023

나트랑 여행, 그 특별함에 대하여(3)

이번 여행기는 한 편으로 끝내려던 것이 쓰다 보니 길어져 3편에 이르렀다. 조카의 응급실행으로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든 것이 3시가 넘었고  7시 정도에  일어났으니 4시간도 채 못 잔 것 같다. 조카의 컨디션을 먼저 체크했는데, 병원에서 돌아온 후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미처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는데, 그건 바로 미리 예약했던 사막투어였다.


취소수수료를 알아보았는데, 당일 취소 시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이제 결단의 순간이었다. 예약을 취소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 유지한다면 조카는 누가 케어할 것인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조카와 케어할 사람 1명이 호텔에 남고 나머지 인원은 예정대로 사막투어를 가는 것이다. 투어는 11시 출발로 예약되어 있었으니 우리에게는 약 4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우선 아침식사 후에 컨디션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식사 후 처방받아온 약을 사러 근처 약국에 갔다. 근처라고는 하지만 가장 가까운 약국도 택시를 타고 10분 이상을 나가야 했다. 그런데 길에서 쓰는 시간은 그렇다 쳐도 약국에서 대기하던 시간을 따라오지 못했다. 처방전을 전달하고 대기하고 있는데, 약사가 계속 뜸을 들였다. 처음에는 약이 없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한국에서 3일 치 약을 처방받으면 아침, 점심, 저녁에 먹을 약을 순식간에 나눠서 준비해 준다. 그런데 약사는 우리들 보란 듯이 4종류의 약을 가져와서 늘어놓았다. 그리고 마치 소꿉장난 하듯이 약을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서 소꿉장난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어디선가 라벨지 비슷한 것을 가져오더니 글씨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라벨에 Morning 2, Evening 1로 적은 것은 아침에 2알, 저녁에 1알로 해석되었다. 이렇게 세상 느긋한 속도로 약 종류마다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볼펜이 말썽인가 보다. 세상 정성스럽게 적어 내려 가던 손을 멈추고 볼펜을 교체한다. 아! 내가 이렇게 조급한 사람이 아닌데. 성미 급한 사람이었다면 기다리다가 숨 넘어갈 판이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배분한 약을 챙겨 들고 숙소에 갔다. 가족들은 약을 만들어왔냐며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의아해했다. 설명하다가도 복장 터질 뻔했다. 이쯤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정말 해외 나가서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조카의 컨디션을 살폈다. 그리고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반나절 동안 쉴 숙소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더 지났고 조카는 죽을 먹고 기운을 좀 차렸다며 사막투어에 가겠다고 했다.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본인 컨디션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 테니 전원 투어길에 올랐다. 사막투어는 내가 여행 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기에 모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2시간 남짓을 달려 판랑사막으로 향하는 길, 해안절벽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굽이굽이길을 달렸다. 사막에 가까워오니 바람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창 밖으로 나뭇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매섭다던 사막의 모래바람이 벌써부터 걱정됐다. 모래바람도 모래바람이지만 지프차를 너무 거칠게 몰면 어지럼증이나 멀미가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붙이는 멀미약도 준비해 왔는데, 정말 아무도 약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 다소 격렬하긴 했지만 무리 없이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엄마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사막투어였다고 할 만큼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긴팔 긴바지를 입고, 마스크를 쓰고, 스카프를 두르고, 모자까지 썼건만 모래가 바람의 힘을 빌어 몸의 구석구석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머리를 감으니 모래가 많이도 씻겨 내려갔다. 얼굴을 씻을 때는 모래 스크럽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막의 언덕에서 차를 세우고 인생샷 찍기에 들어갔다. 지프차 위에 올라서서 모래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인생샷을 건져보겠다고 애를 썼다. 잠시 마스크를 벗었는데, 모래가 콧 속까지 침범했다. 무심코 입으로 숨을 쉬었다간 입 속까지 파고들었을 것이다. 베테랑 가이드의 지령에 따라 이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점프를 했다. 광활한 모래 언덕과 파란 하늘, 그리고 신비로운 구름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특별했던 사막투어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와 소회를 나눴다.

"나는 ㅇㅇ이가 아플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내가 아프면 어떡하나 만 걱정 했지. 그래도 그만하길 정말 다행이었어."

웬만해선 크게 동요하지 않는 엄마도 많이 놀라긴 놀라셨었나 보다.


사실 엄마가 당신을 걱정됐다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여행을 떠나오기 일주일 전에 벌어진 예기치 못한 일 때문이었다.

이렇게 4편까지 가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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