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심산책자 Nov 07. 2023

지금 당신에게 만능열쇠가 있다면 무엇을 열고 싶나요?

가끔 꿈을 꾼다. 꿈은 대부분 깨고 나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중에 나의 꿈 리스트에 기록하는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풍경이 너무나 독특하고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등장인물이나 서사가 독특한 경우다. 이 글은 꿈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자각몽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자각몽의 사전적 정의는 꿈을 꾸는 도중에도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꿈을 뜻한다.




 꿈속 등장인물은 고 이건희 회장. 그는 40대 전후의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꿈속에서도 젊은 이건희라는 자각이 분명했다. 그는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에 강단 있는 모습으로 길 위에 서 있었다. 손에는 열쇠가 들려 있었는데, 금장을 두르거나 반짝반짝 빛이 나지는 않는 평범한 열쇠였다. 그런데 '열쇠'라는 존재만으로도 탐이 나고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열쇠를 멀찍이 내던졌다. 찰나의 순간 다른 누군가가 낚아 채기 전에 몸을 날렸다. 그 몸짓은 그 어느 때보다 날렵해서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일반적인 꿈이라면 이쯤에서 끝을 맞이했을 것이다. 원하는 열쇠를 손에 넣었겠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데 꿈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열쇠를 손에 든 나는 유유히 이건희 회장 앞으로 걸어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각몽이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꿈을 십분 활용해야겠다고 작정했던 것 같다. 상상 속 나의 시나리오는 대충 이러했다. 꿈속에서 유명인(이번 꿈에서는 이건희 회장)을 만나고 그가 번호(가능하면 여섯 개)를 불러 준다. 그 번호로 복권을 샀는데 1등에 당첨됐다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
 
물론 꿈은 예상했던 대로의 완벽한 그림은 아니었다. 그러나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갔으니. 내가 원했던 숫자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땅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쯤 되면 실소가 터질 만하다. 부동산 대박을 바라는 자본주의 끝판왕의 통속적 꿈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았나. 나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성인으로서 이쯤 되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사뭇 진지해지는 순간을 맞이했으니 그건 바로 꿈속에 등장했던 지명 때문이었다. 꿈속 대화는 ‘ㅎㅂㄹ’라는 지명의 땅을 사라는 말로 막을 내렸다. 물론 서사가 그리 간단치는 않았다. 난 특유의 집요함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만족할만한 답을 얻은 후 꿈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깨자마자 지명을 검색해 보았다. 설마 했는데 검색 결과에는 무려 두 곳이 나왔다. 한 곳은 전라도 전주,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 이쯤에서 그러면 그렇지 하고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두 군데 모두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곳이어서 순간 흥미를 잃었던 거다. 엉뚱했지만 현실감 넘쳤던 꿈 이야기는 그렇게 서서히 잊히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렸다. 그건 나의 오랜 바람과 연결되는 순간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지명을 다시 한번 검색해 보았다. 얼토당토않은 곳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날 나에게 열쇠는 꼭 해결하고 싶은 내 안의 갈망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꿈속에 등장했던 지명 ‘ㅎㅂㄹ’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다른 이름이었다. 막연하고 희미했던 상상 속의 공간이 ‘ㅎㅂㄹ’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재탄생한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에게도 어쩌면 오래 묵혀 둔 갈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간다. 이것은 마치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더 마음속 깊숙한 한 켠으로 밀려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는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세월이라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여서 실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등장한 열쇠 하나,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줄 상징적인 단어 ‘ㅎㅂㄹ’가 당신에게도 질문을 건넨다.
당신 안에는 어떤 갈망이 있나요?
그것을 꺼내서 먼지를 툭툭 털고 윤기 나게 닦아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당신에게 만능열쇠가 있다면 무엇을 해결하고 싶나요?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