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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21. 2023

당신의 생존 방식은 무엇입니까?

내가 처음  식물의 존재를 알게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우리 덕유산으로 단풍놀이 갈래?”
 
친구의  마디로 산행 장소가 단번에 결정되었다사실 단풍놀이 하기엔  늦은 감이 있는 11 초순이었다하지만  늦으면 어떠랴우리는 만추의 덕유산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여행길에 올랐다그런데 날씨가  도와줬다스산한 날씨에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그래도 산행을 포기할  없었다

 

다행히  정상에 도착하자 굵은 비가 안개비로 바뀌어 있었다그런데 문제는 가을 정취라고는 찾아볼  없는 풍경이었다단풍잎은 나무에 달린 것보다 바닥에 떨어진  훨씬 많았다제아무리 산이 좋은 우리라도 흥이 날리 만무했다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며 억지 텐션을 끌어올리며 그렇게 터덜터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높다란 참나무 가지에 마치  둥지처럼 자리를 잡고 앉은 것이 보였다모양은 그냥 새집의 형상인데 색깔이 너무 독특해서 눈길을 끌었다마치 이제  돋아난  같은 봄의 연초록 자체였다나뭇잎이 떨어지고  마른 가지에는 생기라고는 찾아볼  없는데유독 이것은 계절에 역행하여  혼자 청춘인 것처럼 푸르렀다그렇게 알게  식물의 정체는 바로 겨우살이였다

 

시절을 역행하는 생명체를 보니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마치 괴생명체처럼 혼자서 꽃필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원리는 간단했다겨우살이는 나무에 기생해서 나무의 영양분을 받아먹고 광합성을 해서 잎을 피워낸다는 거였다사실  몸에서  잎도 어쩔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고 못마땅한 존재가 아닐  없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사회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불편한 사람들이 떠올랐다우리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free rider 보아왔는가잠시 떠올려 보니 순식간에 몇몇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그들은 팀에 기생하고팀원들의 생기를 빨아먹는 존재였다양심도 없이 타인의 실적을 가로채고당연하다는  업무를 떠넘겼다 모습을 보면서 때로 무력감을 느꼈고 때로 분노가 치밀었다

 

아! 겨우살이 하나에 과몰입하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의 엉뚱한 생각의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좋은 질문은 과몰입 상태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준다. 이때 내가 던져 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을 그 존재 자체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존재 자체로 본다는 것은 섣불리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는 거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으로도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겨우살이를 기생하는 생물이 아닌 존재 자체로 본다면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을까를 떠올려 보았다. 그것은 늦가을부터 겨울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다. 그것은 영양분을 내부에서 만들어내지 않고, 외부에서 가져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그냥 그 식물의 생존 방식일 뿐이다. 
 
이제 나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져 본다. 

나의 생존 방식은 무엇인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담백하게! 존재 그 자체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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