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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28. 2023

당신은 어떤 꽃을 피우길 바라나요?

얼마 전 집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사를 하면서 들여놓은 행운목에 꽃이 핀 거다. 늘 꽃이 피지 않은 상태의 나무만 봐 와서 꽃 핀 모습을 보니

화분을 새로 들여놓은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졌다. 사실 집에 있는 식물을 유심히 살피는 편이 아니니 하마터면 꽃이 핀 줄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꽃 향기였다. 그 향기가 어찌나 강렬하던지.

 “나 여기 있어요. 여기요!” 하는 것처럼.

 

행운목꽃은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핀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모든 생명이 그렇듯이 세월이 흘러도 번듯한 꽃 한번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단다. 어쨌거나 그만큼 분명한 것은 행운목꽃을 보는 것은 참으로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계절 꽃은  계절이 오면 저절로  피울 때를   있지만, 행운목 꽃은 언제 꽃을 피울지 예측할  없다. 그래서  피운 다음에야 비로소 때를 알게 된다.  

‘아. 이제 꽃 필 때가 된 거구나.’

그런데   필라 치면, 온천지를  향기로 물들인다. 꽃보다는 강렬한 향기로 존재를 알린다.
 
 대학을 졸업한  20 년이 지난 후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가보니 나는 명함도  내밀 정도의 만학도들이 많았다. 이들을 보며 막연하게 체력도, 열정도 젊은 시절보다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모두 사라졌다. 이들각자의 방식으로 떨어지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하고, 백두대간을 누비며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때를 한참이나 지난  시기에 대체 무엇을 위하여 이토록 열심인지 의아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면 자신만의 뜻을 세우고 정진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인향보다 짙은 향기가 있을까. 문득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떠올랐다.
 “사람을 찾는 일이 눈을 들어 사방을 살피는 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  일에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다가옴으로써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실천의 도정에서 동반자처럼 만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언제 꽃을 피울지 예측할  없는 채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꽃이  다음에야  향기로    알게  것이다. 그때 강렬한 인향을 내뿜으며 그 존재를 알리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꽃을 피우길 바라나요?
 당신은 어떤 향기로 사방을 물들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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