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in the moment”
우리는 과거를 살 수도 없고, 미래를 살 수도 없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을 뿐.
그런데 우리가 하루 24시간 중, 일 년 365일 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과거를 후회하며 미래를 걱정하며 사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 말대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이 말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 테다.
이 말에 다시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코칭 공부를 하면서다. 코치의 일에서 '지금을 산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것이 여러분들의 일, 그리고 일상 속에서도 작은 힌트가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초보 코치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코칭 대화는 코치의 질문과 고객의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초보 코치는 각자의 이유로 “Living in the moment”가 깨지는 순간을 종종 맞이한다. 가장 빈번하게는 다음 질문을 생각하느라 고객의 답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치의 후속 질문이 없으면 대화가 중단될 것이기에 코치는 불안하고 조급하다. 짧은 침묵의 시간도 견디기 어렵다. 그러니 고객의 답변을 듣는 대신에 본능적으로 다음 질문을 탐색한다. 이 순간 고객과 코치의 연결은 끊긴다.
두 번째 유형은 에고(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가 올라오는 경우다. 고객의 답을 들으며 코치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의식이나 관념에 근거하여 그 말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격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이 문제가 왜 고민이라고 하는 건지 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 ‘이렇게 오랫동안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을 절박함이 부족하군.’
코치 본인의 경험이나 관점의 틀로 고객의 말을 재단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코치도 사람인지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이런 순간을 맞이한다. 이 순간에도 코치와 고객의 연결은 끊긴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아들과 입대 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고객을 만난 적이 있다.
‘아버지? 군입대? 아들?’
이런 낯선 단어들을 떠올리자 갑자기 머릿속이 분주해졌고, 불편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아들에게 가족들과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면 될 일 아닌가?’
순식간에 에고가 올라왔지만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고객이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란 어떤 시간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아들과 무엇을 하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지 상상해 보라고 했다. 고객은 아들과 포항 바닷가로 둘만의 여행을 떠나 배를 타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고객님! 포항이라는 곳을 여행지로 택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에 질문을 했는데, 고객은 포항에서 군생활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군복무 중에 아버지를 잃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막막함에 휩싸였다고 했다. 순간 적막이 흘렀고 짧은 시간이 무한히 길게 느껴졌다. 고객의 목소리와 뒤 이은 깊은 침묵 속에서 울컥한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왜 쓸데없는 호기심이 작동해서 고객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한 건지 후회가 몰려왔다.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뒤통수를 치며 ‘지금 네 감정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가 지금에 집중하지 못하면 고객과의 연결이 끊긴다.
이것은 나와 내 일의 연결이 끊기는 순간과 같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우리가 자주 쓰는 용어로 적용해 보면 ‘몰입’의 순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못한 초보 코치가 다음 질문을 생각하면서 고객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일, 에고가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코치가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고 둘 사이의 연결이 끊기는 일 말이다.
코칭 대화는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그렇게 상상한다고 해도 십중팔구 어긋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니 코칭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온전히 깨어서’ 코치로서의 내 존재를 자각해야 하고, 고객의 존재에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깨어있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로 알아차리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고객에게 돌릴 수 있어야겠다.
‘에고가 올라오고 있구나’라는 자각이 생기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혹은 현재에 몰입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순간을 자각하는 것이며, 방해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건 인데 그 시작은 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현재에 집중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맞이한다. 그것은 너무도 반복적이어서 어느새 습관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을 살고 있나요?
지금을 사는 데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