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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Oct 29. 2022

엄마 집을 리모델링했다

엄마가 당신 소유의 아파트로 다시 들어가 살기로 결정한  우리는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당신 소유의 집을 두고도 무려 10  동안 이사를 다닌 이유는 조카들의 유학생활을 위해서였다 명의 손녀딸들이 각각 중학교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엄마는 밥이며 빨래며 뒷바라지를 해주셨다그래서 2년에  번씩 전셋집을 전전하며 손녀딸들의 학교 근처로 이사를 다닌 것이다이건 맹외조모 삼천지교가 따로 없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정작 우리 집은 남의 손을 탔다그러니  리모델링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었다. 10 동안 쌓인 타인의 흔적을 씻어내는 것에 가까웠다묻혀 있던 과거를 함께 털어내는 마치 의식 같은 리모델링이었다.

 

엄마 집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하고 인테리어 업체를 섭외하여 계약을 하고  . 엄마는 나직이 속삭였다.


 
"설렌다"


 
낯설었다어쩌면 별로 이상할  없는  말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이유는 살면서 엄마가 감정표현을 하는 일이 지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4남매를 홀로 키우면서도  한번 힘들다고 하시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엄마에게  힘든 시절이 없었겠나.

 

언젠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옛날 얘기를  ?"

"엄마 그때  힘들었어?"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런 싱거운 질문을 하냐는  무덤덤하게 말했었다.

"그냥  궁리 하느라고 바빴지..."

 

' 궁리'.

그러고 보니 엄마가  궁리에 매진하는 동안에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고등학교를 졸업했다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엄마와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했는데지는 쪽은 번번이 나였다잔뜩 심통이  나에게 엄마는 대신 이모를 보내겠다는 말로 달래 주곤 했다 바람에 나의 졸업식 사진에는 엄마가 아닌 이모가 찍혀 있다.  

 

엄마라고  힘이 들지 않았겠나힘들다는 말이야 말로 기댈 사람이 있을    있는 말이 아니던가들어줄 사람이 있을 때에만 허락된 근데  시절 엄마에겐   사람이 없었다그러니 토해낼 수도 없는 말을 꾹꾹 눌러 참았겠지꾹꾹 눌러 참다 보니 어느새 잊힌 말이 되었을 테고 말이다.

'힘들다한마디에 무너질  두려웠겠지그러다 어느새  단어가 사라져 버려서  감정도 따라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2주간에 걸친 리모델링이 끝나고 새로 단장한 집으로 들어가는 .

엄마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신난다신나!"

 

마치 덩실 춤이라도  것처럼 신이  엄마를 보면서 다짐했다.

'엄마의 잊힌 말들을 이제라도 하나씩 하나씩 찾아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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