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간다

붉디붉은 가을이 왔다

by 맑은샘


가을이 왔다.
아니, 내일이면 가을이 떠날지도 모른다.

일장춘몽 같았던 벚꽃 흩날리던 계절이 일시에 뜨겁게 달궈졌던 기억들이 가을에 안달하게 한다.

푸른 잎 가득 안았던 수목이 노랗더니 금세 주황으로 더 붉게 물들었다.

가로등 조명 아래,

붉게 물든 주인공의 화려함에 취해,

가던 길도 잊고 바라본다.
욕심이 난다.

제발 오래도록 주인공이기를.

이제 곧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모진 바람도 견디고 다시 다른 계절에 만날 것임을 알지만,
품위 있게 느긋하게 기다리면 다시 만난다는 것도 알지만,
급기야 어젯밤에는 '이렇게 꾸물대다가 단풍이 져버리면 어떡하나'라는 기우에 빠져 붉게 물든 북한산 부황사 가는 길 어디쯤에서 황홀경에 빠져있는 꿈도 꾸었다.


붉은 낙엽,
자세히 보니 불태웠던 시간이 선하다.
마음은 여전히 붉은데...
떨어져 버린 잎에 눈물이 났다.

아무도 모르게 "수고했어. 그래 잘살았어.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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