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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시작에 대하여

by 햇살나무 여운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자기소개서가 쓰고 싶어서. 다 덜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쓰는 쌩초보의 자기소개서!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위해 '라떼의 나'를 날려버리고.


일하고 싶은 곳이 생겼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 그동안에 품어온 정체성과 방향성에 부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공부에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밥벌이가 아닌 '꿈벌이'로서의 첫걸음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모처럼 드는 곳이다. 몇 개월째 꾸준히 가끔이라도 상담을 이어온 '인생이모작' 취업지원센터 담당자분의 도움이 컸다. 그런 곳이 있는 줄 미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곳에서만 막연하게 삽질을 하며 헤매고 있었다.


어제 밖에서 남편을 쫓아다니며 열두 시간을 넘게 일하고 들어 왔는데도 피곤하기보다는 즐겁고 설레었다. 늦은 시각에 들어와서도 상담사분이 보내준 자료를 토대로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 나의 열정이 다 사그라든 줄 알았는데, 새로운 목표 앞에 희망이 샘솟았다. 이날을 위해 기본이자 필수인 자격을 갖추고 준비해오지 않았던가?


물론 두려움도 있고, 막상 겪어보면 현실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것도 예상한다. 파트타임이라 일한다고 해도 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돈을 떠나서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가 맞아떨어지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을 이기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한새벽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서 이메일을 보냈다. 아직 출근 전 이른 아침인데 메일을 받은 담당자분이 간단한 답장도 보내주셨다. 의례적인 인사일 수 있는데도 마치 벌써 된 것처럼 반갑고 감사했다. 아직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가야 할 길의 실마리를 찾아서 기쁘다. 앞이 조금 더 뚜렷해졌다.


계속 찾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길을 밟아나가야겠다. 부디 좋은 소식이 오면 좋겠다. 때마침 새로운 공부 시작을 알리는 공지 메시지도 날아온다.


초심자의 행운이여, 내게 오라! 굴기(崛起)로 비상(飛上)하리라!

참, 오늘 수능 시험 보는 수험생 친구들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평소 하던 대로만 자신의 기량 마음껏 펼치길. 여러분에게도 행운이!

오늘의 BGM은 가호의 '시작'이 딱이겠죠?


https://youtu.be/hWYM5QEt0Fg?si=Y2YRqsrCExAwHyWA



p.s 자기소개서를 쓰듯이 출간기획안도 좀 더 잘 써보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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