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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게 안녕히

마지막 달력 한 장

by 햇살나무 여운


바람이 불고

시간은 그 바람을 맞으며

더 급히 흐르는 것만 같습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11월이 또 집니다


그 바람을 맞으며

고집도 좀 꺾이고

그 바람을 따라 마음에도 좀

어진 결이 입혀지면 좋으련만

한 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기만 합니다


이른 아침 깨어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낙엽처럼 지는 11월을

애틋하게 바라볼 뿐입니다


오늘도 바람이 불고

그리움은 깊어지고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하루

가장 고운 당신과의 인연을 기억하며

나직하게 깨어 살겠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11월의 러브레터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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